다시 쓰는 옛날 이야기
그러던 어느 날 지리산 뱀사골 골짜기 중간 참쯤에서 나무를 찍어내다가 그만 도끼가 물에 빠져 버렸습니다. 가만 들여다 보니 시퍼런 물이 흘러내리면서 빙빙 돌고는 있는데, 보일 듯 말듯한 깊이로 느껴진 것을 보고는 웃통을 벗고 베잠뱅이를 걷어 올리고는 물 속으로 다이빙해서 들어갔으나, 그 깊이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까마득한 지라 물만 마시고는 다시 나와서 마땅한 대책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고 있던 차에, 어디서부터 떠 밀려 왔는지 꽃 사슴 한 마리가 물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물에 들어가 꽃 사슴을 구하였던 것입니다.
그 꽃 사슴은 반야봉 언저리에서부터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을 자기 잡으러 오는 것으로 착각하여 죽자 살자 달음질을 하여 장터목 방향으로 달리다가, 너무 힘들고 다리가 아파서 뱀사골 능선 부근에서 좌회전하여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가 물을 건너다, 물 속에 들어가 그 시원함에 그냥 떠내려 오다가 갑자기 거센 소용돌이의 물살에 휘말려 나무꾼의 눈에 띄게 되어 생명을 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생명을 구한 고마움을 무엇인가로 표시 해야겠는데,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몰골을 보니 노총각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나는지라, 모년 모월 모시에 이 곳에서 조금 떨어진 둥근 달이 뜨는 보름 날 한 밤중에, 구룡폭포에 가서 기다리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날개 옷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할 터인 즉, 그 중에 제일 예쁘고 마음에 드는 선녀의 옷을 하나만 훔쳐 두면, 목욕이 끝나고 올라가지 못하는 선녀가 나타날 터이니, 그 선녀를 데리고 가서 아이 셋을 날 때까지 절대로 날개 옷을 주면 안 된다는 신신 당부의 말을 하고는 사라진 지라,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구룡폭포 언저리에서 기다리다 보니 과연 그 꽃 사슴의 말대로 선녀들이 한 무더기 내려와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숨어서 한참을 살펴보던 길수는 그 중에 달빛을 비추어 가장 예쁘고 몸매가 잘 빠진 선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날개 옷을 감추고 기다려서, 목욕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는 선녀들 중에 남아서 옷을 찾다가 흘쩍이는 선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함께 살 여인이라 말씀 드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아이가 하나 둘 태어나 작은 오두막에 다섯 식구가 함께 살다가, 어머니는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네 식구가 살던 차에 하루는 나무를 내대 팔고 돌아와 보니, 선녀가 흘쩍이며 울고 있었습니다.
살살 달래면서 물어보니 하늘에서 내려 온지가 너무 오래되어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가 보고 싶은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는 말을 듣고는 함께 울다가 약해진 마음에 숨겨둔 날개 옷을 내 줄까 하다가, 예전의 그 꽃 사슴이 아이 셋을 날 때까지 날개 옷을 주지 말라고 하던 말이 생각 나 꾹 참기로 하였지만, 얼마나 서글피 우는지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추스를 수 없어서, 꼭 한 번만 입어 보겠다는 말에 그만 옷을 내 주고 말았습니다.
아이도 낳고 운동도 덜해서 뚱뚱해진 몸매지만 억지로 라도 끼워 맞춰 입어본 그 선녀는, 나무꾼이 장에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날을 택해서 그만 아이 둘을 양 손에 안고 하늘 나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혼자가 된 나무꾼은 몇 번이고 보름 달이 뜨는 날이면 구룡폭포 언저리를 맴돌고 애타는 기다림으로 찾아봤지만, 한 번 떠난 님은 다시는 돌아 올 줄 모르고 홀로 남겨진 나무꾼은 꽃 사슴을 찾아 지리산을 헤맨 천산 만고 끝에,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서 꽃 사슴을 다시 만나 차조지정을 이야기 하고, 모월 모일 모시에 둥근 달이 뜨면서 물을 길러 내려 오는 둥근 두레박이 올 테이니 그걸 타고 올라가면 된다는 비방을 처방 받고는, 그 날을 기다려 하늘로 올라가게 됩니다.
하늘로 올라간 나무꾼은 여기저기 헤 메이다가 예전에 함께 살던 부인을 찾아 나섰는데, 도무지 그 넓은 하늘 나라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수소문 끝에 하늘 나라 옥황상제 깨서만 드신다는 천도 복숭아를 지키는 일을 하던 선녀를 만나, 그간의 헤어져 있던 날들을 회포를 풀어 대화를 나누던 중, 대접 할 것이 마땅치 않았던 선녀는 반가움에 천도복숭아를 따서 나무꾼에게 전해주고, 갑자기 숫자가 모자란 것을 알게 된 옥황상제께서는 그 노여움으로 나무꾼을 소 키우는 목동자리로 보내고, 큰 실수를 한 선녀는 베를 짜는 직녀 자리로 보내는데, 그 길이가 서로가 은하수를 건너야 할 만큼의 긴 거리라, 서로 맞은 직분의 일을 일 년 동안 열심히 한다면 그 보상으로 칠월 칠석날 저녁에 까마귀 들이 다리를 놓아 서로 한번 만나고, 헤어짐을 아쉬워 해서 그 날은 비가 내린다는 전설과 칠석이 지난 이 후에는 까마귀의 머리가 다 벗겨져서 대머리가 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더라!
어느 날.
남원에 부임한 모 사또는 섬진강 상류를 흐르는 요천수 물길을 보고, 그 근처 지형을 잘 살펴서 땅을 파서 못을 만들고, 은하천이 흐르는 물길을 잡아 섬을 만들고 하늘나라에 존재 한다는 전설 속의 방장섬과 봉래섬, 영주각을 만들고 달이 머물다 간다는 완월정과 까마귀가 다리를 만들었다는 오작교를 만들어 광한루와 어우러지는 천상의 세계를 지상에 내려 놓은 대 역사를 남겨서 오늘 날에도 청춘의 열기에 들뜬 선난선녀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였다 하더라. 걀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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