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검단산 너머로 양수리가 보인다

no pain no gain 2008. 1. 14. 16:21

검단산 너머로 양수리가 보인다.

 

우리네 인생이 서로 다른 세상을 살다가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제 2의 인생이 시작된다.

그저 스쳐가는 바람도 잇고, 뱃전에 부딪치는 물결 같은 만남도 있지만, 다시 생각 하면 너와 나의 만남은 양수리를 떠올리게 된다.

 

저 멀리 월악산 자락의 계곡물이 흘러 충주호를 거쳐 흘러 드는 남한강 물 줄기와 금강산 맑은 물이 먼 여행을 거쳐 북한강을 이뤄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가 되는 양수리.

 

서로가 좋은 점만 보고 합쳐진 인연은 두 물길이 내려오면서 서로 부딪치고 소용돌이치며 섞이고 뒤엉키면서 인생의 물길을 하나로 합치는 한강 즈음에는 이미 지천명을 넘어선 혜안의 경지에 이르렀음이라!

우린 한강의 조화로운 철학을 배우려 검단산을 오른다.

 

출장차 창원에 갔다가 급하게 올라오는 길은 희뿌옇게 운무 속에 잠긴 채 내리던 빗 속에 고속도로를 타고 진주를 지나서, 함양의 지리산 자락을 지날 즈음에는 온통 산이 낮아진 구름 속에 잠겨 있더니, 적상산 언저리에서부터는 흩날리던 눈발은 덕유산 자락을 하얗게 채색한 체로 지나는 길손을 내려다 본다

 

눈이 많이 왔다는데, 이렇듯 추워졌으니 모처럼 서울 근교에서 눈길 산행이 될까 하고 기대감도 품고, 느긋하게 출발한 버스에서 하남시로 가는 길에 일출을 본다.

 

첫 출발지에서부터 느끼는 차가운 공기를 실감하면서 온통 뒤집어 쓴 중무장의 상태가 모두들 에베레스트라도 오르려는 기세처럼 보여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다.

이세은 차장과 보조를 맞춰서 급하지 않게 진행을 하는데 얼마만큼 올랐을까?

뚝뚝 털어지는 땀. 옷을 너무 많이 입었나 보다. 길은 내린 눈이 녹았다가 간밤에 발자국 그대로 얼어붙어 군데군데 미끄럽고 가파른 곳도 더러 있었으나 그렇게 험악한 산자락은 아니어서 헉헉대는 숨소리가 아니고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이어진다.

 

약수터 도착하기 전. 외투를 벗고 땀을 훔치고 다시 추슬러서 출발. 이렇듯 추운 날에도 얼어붙지 않은 약수 한 잔을 마시면서 보니 물이 흘러 내린 것이 아니고 뚝 뚝 덜어지는 모양새가 귀하디 귀한 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삼거리에서 예전에 있던 정자가 언젠가 철거가 되었다는 말에 그건 아마도 세금을 내지 않아서였지 않았을까 하는 농담을 던지고 바라보니 하남시 일부가 희뿌연 정경으로 들어온다.

 

검단산 정상(657m)에 올라서니 동서남북이 확 트인 조망에 겨울임에도 얼지 않고 가득 담아둔 팔당댐의 서울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이 저 멀리 물길위로 올라갈수록 수려한 풍광과 어울려지는 모습은 날씨만 조금 더 쾌청해서 시야만 확 트였다면 정말 백제시대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만도 할 멋진 산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래로는 한강을 따라 상구형이 소싯적에 수영을 해서 건너 갔다는 미사리 조정경기장과 남양주로 들어가는 팔당대교, 그 아래 예전부터 모래톱에 부추를 많이 심어 유명한 특산이 되었듯이 모래 섬이 떠있고 그 너머로는 옛 이름 광나루가 보인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 마을의 저녁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라는 완화삼이라는 시로 조지훈시인이 묻자, 박목월 시인은 나그네라는 시로 화답을 합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림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객이 되어 시작도 끝도 없이 헤메도는 나그네 같은 인생길.

당신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가는 길목에 외줄기 술 익어 문설주에 기대어 기다리는 친구가 있나요?

 

하산 길. 내려서는데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마치 초병시절 칼 바람을 연상케 한다. 눈은 다져져서 스팻츠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안전상 아이젠의 효과를 제대로 느끼면서 구비구비 암능 길을 내려서 가는데, 이제 시간대로 보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때가 때인지라 올라오는 산객들이 줄을 지어 온다.

 

가다 섰다를 반복하면서 이세은 차장과 이지수 차장 모두 한 동행인이 되어 지루하게 이어지던 하산 길을 소나무 우거진 상태로 보아 예전에는 호랑이깨나 출몰 했음직한 그 길을 넘어질까 봐 끝까지 아이젠을 벗지 않고 내려서 예약 해둔 식당을 찾아가는데, 골목골목에 줄줄이 이어진 등산용품점이 자리를 잡고 있어 우리나라 등산인구 저변확대에 현주소가 바로 보이는 듯 하다.

 

 식당에 들어가 준비된 오리고기에 곁들인 수제비를 먹으면서 진행된 총회.

지난 시간 열과 성을 다해서 노력해온 집행부 상임 진들의 흔적은 저 아래 김포 앞 바다로 흘러 드는 한 강처럼 세월 따라 흘러갔지만, 그 동안의 노고는 우리들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