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복지원생과 함께한 백악산 산행.
욕심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혹여 지금. 당신께서는 삶이 고달프다고 생각 하십니까? 인생이 애처롭다고 느끼시나요?
작년 노틀담 복지원생들과 칠갑산 산행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 이어진 백악산 어우러기 산행입니다.
차라리 간밤에 비라도 내렸으면 싶은 심정의 너무 더운 날씨에 복지원에서 짝 지어준 파트너는 용철(24)이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와 건강하게 생긴 모양새가 귀티가 흘렀지만 딱 한가지 흠이라면 대화가 안 되는 정신지체 2급 장애 우다.
차에 오르자 마자 빈 자리를 팽개치고 맨 뒤 좌석 구석으로 앉아 기분 좋은 표현으로 앞 좌석을 마구 드럼 치듯 두드리는 천사 표 미소의 용철이.
첫 만남부터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자꾸만 뒤 커튼을 들춰 따라오는 버스를 확인하는 버릇을 가진 그는 뭔가 아직 이루지 못한 숫한 미련을 남겨두고 떠나는, 아니 떠나지 못하는 가슴에 응어리가 한 움큼 남아있는 듯하다.
세검정에서 칼을 씻고 인조반정을 모의하던 인사들이 들어왔다는 자하문에서 내려 신원조회와 입산절차를 밟느라 땡볕 속의 인내심 약한 친구들은 벌써 물을 들이키며 순서를 기다린다.
목에 표찰 하나씩 걸고 손을 잡고 성벽을 따라 진행된 산행.
앞으로 가다 뒤로 가다. 두 줄로 맞춰서 걷느라 맞잡은 손에서 땀이 줄줄 흘러도 산행이 끝 날 때까지 걷는 내내 손을 놓지 않았다.
백악산 못 미쳐서 잠시 휴식의 자리.
상대방과 손뼉 마주치기에 빠져버린 친구의 지칠 줄 모르는 정열에 박수를 보내고 준비해온 간식도 나눠먹는 자리. 용철이는 배낭을 열지 못하게 한다. 살살 달래서 열어본 배낭에는 한 통의 물과 중간 먹을 간식과 땀을 닦는 수건과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있다.
그런데도 가다가 땀이 나면 손 내밀고 때를 쓴다. 손수건을 달라는 것.
가져간 여분의 손수건은 모두 젖어서 바꿨을 때 용철이의 수건을 꺼내서 닦아줬다.
그 환한 미소라니! 천연덕스럽다라는 표현이 이렇듯 해 맑고 깨끗한 아름다운 청년의 가슴에서 나올 수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백악산에서 잠시 쉬면서 서울 성곽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청운대를 향한 성벽을 지나는 길.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 걸까? 겅중겅중 뛰면서 앞서가다가 우뚝 서서 뒤를 응시하다가 뒤를 보면서 앞으로 간다. 앞을 보고 가라고 해도 그 오래된 습관은 산행을 마칠 때까지 계속되는 행동.
촛대바위를 거쳐 경복궁 앞마당과 세종로가 한눈에 조망되는 숙정문 누각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예전에 서울의 최고 드라이브 코스하면 북악 스카이웨이를 꼽았던 시절. 약혼식을 마친 기념으로 택시 대절해서 한 번 다녀가던 명 코스가 아니었던가?
그때 선남선녀들의 가슴속에는 태어날 2세의 꿈을 안고 기왕이면 서울의 주인이 될 천하제일의 명당의 용꿈을 꾸면서 말이다.
성벽을 타고 와룡공원까지 내려서는 길에 작년 산행이 기억난 어느 처녀의 회고담 속에 영욱이 이야기도 나오고 지금은 복지원을 떠난 친구 이야기도 나온다.
마치 흘러간 흑백영화의 한 장면 장면마다 스타가토로 딱딱 끊어서 이어지듯 기억 속의 영욱이는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진 것 없이 무한 행복의 미소를 간직한 천사들의 나들이에 동참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소중함을 고맙게 생각하며 모두가 천사의 미소를 배워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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