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친구"란 말이 너무 많이 뜹니다. 친구여! 그대들은 걸어서 하늘 끝까지 가본 일이 있습니까?
명진이가 하마 트면 자일 하나에 목숨 거는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오래 전에 있었던 걷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그 무궁무진한 도전 기는 계속됩니다)
8월의 태양아래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난 간단한 배낭 하나 매고 지리산을 횡단할 계획을 세움니다. 지리산이 만만하였던 거지요. 간단한 취사도구와 조금의 식량을 가지고 그냥 아무 대책 없이 떠납니다.
왜 이런 이야기 있잖습니까 "죽장에 삿갓 쓰고 ~ "
남원 시내에서 부 터 걷습니다. 오늘도 걷는다 만은 정처 없는 이 발길 ~ 동문을 거쳐서 동림교 다리를 건널 때 까지만 해도 기분 좋은 흥얼거림은 썩 괜찮은 거였지요. 비 포장이었던 길을 따라서 신촌을 거쳐 용담을 지나 걷고 또 걸어서 육모정으로 들어서면서 이젠 서서히 지쳐가는 나를 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계곡을 따라서 바위틈을 지나 구룡 폭포에 도착.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참으로 꿀맛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 했지요.
그리고 또 잠시의 휴식 뒤엔 또 걸었습니다. 계곡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지요. 칡넝쿨이 얽혀서 길을 막고, 토사가 무너져서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을 길을 만들어 가면서 또 다른 이어지는 길을 찾아 헤 메고 있을 무렵 저녁이 찾아오고 난 낮 선 곳 어둔 하늘아래 여장을 풀고 잠이 들었지요.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걷다가 쉬고 또 걷고.......
가다 보니 뱀사골이 나오고 총각샘도 나오고......
가다가 밥도 얻어먹고, 함께 일행도 됐다가 헤어지고, 숱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밤하늘의 별들처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능선에서 보이는 계곡의 운해라든지, 해 뜨는 일출을 보면 키타가 없어도 저절로 해 뜨는 집의 악상이 그려지지요.
우거진 푸른 숲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갑자기 하늘을 뒤 덮으면서 쏟아지는 소나기.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어떤 글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별자리들. 마치 손을 힘껏 내밀면 우수수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착각에 잠이 들곤 했지요.
이미 식량은 다 떨어지고 배낭도 텅텅 비어버린 상태 그래 좋다 걷는 김에 천국까지 가보자. 이건 오기였지요.
하산에 하산을 거듭하면서 쌍계사를 통해 하동으로 내려와서는 엄청 걷지요. 낮엔 더우니까 계곡 물가에 텐트를 치고 시원하게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불을 찾아 헤 메 도는 불 나비처럼 걷지요.
철길을 따라서 진주까지 걷고......
우리 친구가 산다는 촉석루에서 남강의 의암이란 바위에도 가보고 또 진양호까지 걸어서 도착한 아 ! 그 노래 "호수에 뜨는 달'을 이곳에서 작곡했다지?
라면 몇개를 사고 그것을 열심히 먹으면서 또 걸어서 남해대교를 갑니다. 신발은 이미 바닥이 구멍이 났고, 청바지는 자연스레 반바지가 됐고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엄청난 길을 걸어서 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최종 도착지 상주해수욕장. 난 그곳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귑니다. 함께 어우러져서 젊은이의 고민과 방황과 사색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때 내가 느꼈던 나의 그 좁은 지식과 얇은 경험과 편협한 사고라니......
그리고 상주해수욕장에서 배를 타고 삼백 리 한려수도 어쩌고 하는 남도 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여수로 옵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는 남원으로 오지요. 그때까지의 생각은 다시 걸어서 남원까지의 행군을 하려 했었는데...... 도저히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집에 도착한 나의 몰골은 딱 한마디로 "거지"였습니다. 한번도 면도를 하지 않아서 제멋대로 자연산으로 자라난 수염과 텁수룩한 그때의 유행하던 장발과...... 그리고 15일간의 걸어서 하늘 끝까지 여행을 마침니다.
이젠 나에게 무모하게만 느껴져서 이런 용기가 남아있지 않음을 섭섭하게 생각해야 하겠지요.
나의 도전기는 다음에 또 계속됩니다.
까페지기 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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