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지리산에서 남해까지-걸어서 하늘 끝까지......

no pain no gain 2007. 6. 16. 15:53

걸어서 하늘 끝까지......



요즘엔 "친구"란 말이 너무 많이 뜹니다.
친구여! 그대들은 걸어서 하늘 끝까지 가본 일이 있습니까
?

명진이가 하마 트면 자일 하나에 목숨 거는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

오래 전에 있었던 걷던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
(
앞으로 펼쳐질 나의 그 무궁무진한 도전 기는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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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의 태양아래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난 간단한 배낭 하나 매고 지리산을 횡단할 계획을 세움니다
.
지리산이 만만하였던 거지요
.
간단한 취사도구와 조금의 식량을 가지고 그냥 아무 대책 없이 떠납니다
.

왜 이런 이야기 있잖습니까 "죽장에 삿갓 쓰고
~ "

남원 시내에서 부 터 걷습니다. 오늘도 걷는다 만은 정처 없는 이 발길 ~ 동문을 거쳐서 동림교 다리를 건널 때 까지만 해도 기분 좋은 흥얼거림은 썩 괜찮은 거였지요
.
비 포장이었던 길을 따라서 신촌을 거쳐 용담을 지나 걷고 또 걸어서 육모정으로 들어서면서 이젠 서서히 지쳐가는 나를 봅니다
.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
계곡을 따라서 바위틈을 지나 구룡 폭포에 도착.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
참으로 꿀맛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 했지요
.

그리고 또 잠시의 휴식 뒤엔 또 걸었습니다
.
계곡에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지요
.
칡넝쿨이 얽혀서 길을 막고, 토사가 무너져서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을 길을 만들어 가면서 또 다른 이어지는 길을 찾아 헤 메고 있을 무렵 저녁이 찾아오고 난 낮 선 곳 어둔 하늘아래 여장을 풀고 잠이 들었지요
.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걷다가 쉬고 또 걷고
.......

가다 보니 뱀사골이 나오고 총각샘도 나오고
......

가다가 밥도 얻어먹고, 함께 일행도 됐다가 헤어지고, 숱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밤하늘의 별들처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

능선에서 보이는 계곡의 운해라든지, 해 뜨는 일출을 보면 키타가 없어도 저절로 해 뜨는 집의 악상이 그려지지요
.

우거진 푸른 숲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갑자기 하늘을 뒤 덮으면서 쏟아지는 소나기
.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어떤 글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별자리들
.
마치 손을 힘껏 내밀면 우수수 떨어져 내릴 것 같은 착각에 잠이 들곤 했지요
.

이미 식량은 다 떨어지고 배낭도 텅텅 비어버린 상태 그래 좋다 걷는 김에 천국까지 가보자. 이건 오기였지요
.

하산에 하산을 거듭하면서 쌍계사를 통해 하동으로 내려와서는 엄청 걷지요. 낮엔 더우니까 계곡 물가에 텐트를 치고 시원하게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불을 찾아 헤 메 도는 불 나비처럼 걷지요
.

철길을 따라서 진주까지 걷고
......

우리 친구가 산다는 촉석루에서 남강의 의암이란 바위에도 가보고 또 진양호까지 걸어서 도착한 아 ! 그 노래 "호수에 뜨는 달'을 이곳에서 작곡했다지
?

라면 몇개를 사고 그것을 열심히 먹으면서 또 걸어서 남해대교를 갑니다
.
신발은 이미 바닥이 구멍이 났고, 청바지는 자연스레 반바지가 됐고요
.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엄청난 길을 걸어서 또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
최종 도착지 상주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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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곳에서 여러 친구들을 사귑니다
.
함께 어우러져서 젊은이의 고민과 방황과 사색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

그때 내가 느꼈던 나의 그 좁은 지식과 얇은 경험과 편협한 사고라니
......

그리고 상주해수욕장에서 배를 타고 삼백 리 한려수도 어쩌고 하는 남도 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여수로 옵니다
.

그리고 기차를 타고는 남원으로 오지요. 그때까지의 생각은 다시 걸어서 남원까지의 행군을 하려 했었는데
......
도저히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

집에 도착한 나의 몰골은 딱 한마디로 "거지"였습니다
.
한번도 면도를 하지 않아서 제멋대로 자연산으로 자라난 수염과 텁수룩한 그때의 유행하던 장발과
......
그리고 15일간의 걸어서 하늘 끝까지 여행을 마침니다
.

이젠 나에게 무모하게만 느껴져서 이런 용기가 남아있지 않음을 섭섭하게 생각해야 하겠지요
.

나의 도전기는 다음에 또 계속됩니다
.

까페지기 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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