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타오른 간절한 사랑이야기 "산불"
인간의 성(性)에 대한 이야기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겉으로 드러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성 이야기를 꺼내 놓자면 아무래도 인격과 사회적 위상 등을 고려해 예전에나 지금에도 그 누구라도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줄거리는 이렇다.
소백산맥 어느 골짜기에 있다는 속칭 과부마을. 민족전쟁의 상흔은 좌우의 이데올로기로 몰아 남자들을 씨를 말리는 결과 물인 것인데, 이웃하고 사는 두 집. 그러나 그 두 집은 민족의 이념 갈등을 대표하는 반공을 모토로 하는 김 씨 집과 인민해방군의 사월 네 집.
김씨의 손주며느리 점례는 그 시대상에 보기 드물게 유식자이면서 아름답고 젊은 과부와 점레의 친구이면서 동네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미모의 사월이 그 둘 다 과부다.
그러나 사월이는 현실세계에 대한 불만도 크려니와 남자에 대한 욕구는 그 뛰어나 미모만큼이나 강한 집념을 보여 언젠가는 이 비좁고 삭막하기만 한 촌 구석을 어린 자식을 팽개치고 라도 벗어나고픈 욕망을 꿈꾼다.
야경대를 조직하고 근무를 서던 추운 날 밤에 부상을 당한 전직 교사 출신의 규복이 라는 인민국 청년이 점례네 부엌으로 숨어 든다. 어쩔 수 없이 청년을 뒷산 대밭에 숨겨 준 점례는 차츰 동정심을 품게 되고 여러 날이 지나면서 두 사람 사이엔 사랑이 싹트게 되고...........
한편 어린 딸을 키우며 가슴 속 깊이 타오르는 여인의 욕망을 참아내던 사월은 어느날 대밭에서 규복이와 점례의 밀회장면을 목격하고, 사월은 점례에게 규복의 정체를 따져 묻고 , 결국 감출 수 없는 마지막 코너까지 몰린 점례는 한 남자를 둘이서 공유(?) 하는 갈데 까지 간다.
사월이는 규복을 통한 욕망을 채우고 겨울이 가고 봄이 되자 사월은 이제 홀몸이 아니다.
국군의 대대적인 공비토벌작전이 벌러 지면서 대밭에 불을 지른다. 둘만 아는 비밀 때문에 점례는 점례대로 사월이는 사월이 대로 목숨을 건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매달리지만 사나운 불길은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이 퍼져 나가고, 이윽고 대밭에서 튀어나온 규복이는 총탄에 쓰러지고 , 규복을 향한 두 여인은 절규한다.
사월이는 모든 것을 버리고 대도시를 향해 떠나고 점례는 남는다.
에필로그. 난 어렸을 적에 사월이의 후예인 과거를 묻지 말라는 여인들을 가끔 본 기억이 난다. 그들은 불행했던 과거를 보상이라는 받으려는 듯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 가기도 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모범적인 삶을 개척한 성공적인 사회의 중추로 거듭나는 사월이 들을 보았다.
사회와 성을 모르모토로 삼은 이런 류 의 극은 인류의 역사가 존재 하는 한 마지막까지 풀지 못할 과제를 관객들의 몫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남겨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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