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혜경이의 몸짓에서 무아지경을 배운다

no pain no gain 2007. 6. 16. 19:08
혜경이의 몸짓에서 무아지경을 배운다
 

춤애춤세 창단공연을 보면서.....

난 문화생활이랍시고 한달에 한번정도는 공연을 보러 간다.
그게 연극이든 창극이든 혹은 연주회와 음악회를 가리지 않고 기회만 된다면 자주 가서 녹슬고 찌든 머리에 신선한 산소같은 영양분을 공급하고자 함이다.

혜경이의 공연은 지난번에 했던 워쉽댄스에서 그저 공연이 아니라 그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이 그동안의 흘린 땀방울의 호수에서 새롭게 태어 났다는 걸 확인한 바 있어 이미 아마의 경지를 넘어 프로의 강을 건너가 버린 우러러 뵈는 멋스러움의 결정이라 생각한다.

공연순서는 모두 세마당으로 이어졌는데, 그 첫번째 마당에서 靑山香으로 나누어 펼쳐진 한마당이 벌써 관객을 압도하고 분위기를 쓸어감을 느낌이 좋은 예감으로 다가왔다.

청-푸르름...하늘도 산도 바다도 그리고 인간의 청춘도 푸르르구나!
그 푸르름이 영원하진 않을 진대 .... 그 푸르름을 맘껏 뽐내기 위해 그 꿈틀거림이 살아 숨쉬는 구나.

산- 말없이 그 많은 세월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서있는 저산!
풍파와 같은 푸른 청춘을 잘 보낸뒤 산과 같은 모습으로 흔들림없는 큰 존재로 그 힘을 내 뿜는 우리...

향- 하늘내음 산내음 바다내음... 그리고 사람내음...
자연의 진한 향 만큼이나 우리를 이끄는 포근한 향...
엄마의 향! 큰 사람으로 인간을 감싸는 거부할 수 없는 진한 향!
짙푸른 산의 향처럼 인간의 묵은 향은 바로 우리 엄마의 향이 아닐까!..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이 어우러진 자연의 모태를 그 하이얀 소복의 치맛자락이 펄럭이는 흔들림만큼이나 우러나오는 애틋한 혼의 향을 느꼈다고나 할까?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한의 문화는 속에 담아서 삭혀내기보다는 한풀이라는 멋스러움으로 재생되는 과정을 거쳐 한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정화와 창조의 능력을 배가시킨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남을 보았다.

둘때마당에서 이어지는 고전의 멋.

태평성대- 화관무와 부채춤으로 이어지는 흥취의 한마당에서는 마치 여기가 세라톤워커휠 호탤에서의 공연 속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 들어감을 느끼면서 잔칫상만 없다 뿐이지 마치 제국의 왕들의 향연인듯 한 분위기어 젖어들어갔다.

마음의 성소- 중요무형문화재 97호 살풀이 춤으로써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한을 풀어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케 하는 혼이 담긴 춤.
오늘의 주연 김민경님의 발자취를 한땀한땀 돌다리 놓는 심경으로 흐르는 애절과 원숙의 무대 고요의 바다를 날카로운 음률로 섞어 애간장을 녹여내는 황홀경의 운무가 잔잔하게 흐른다.
아! 이런느낌을 언제 느겠던가.
한적한 시골을 여행하다가 지친 다리를 쉬어가려 할때 호젓하게 서있는 작으마한 정자에서 어느 한량이 호젓하게 나비처럼 학처럼 춤을 추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기때 그런 숨막힘을 느꼈지!
그런 춤을 한량무라고 부른다는 걸 하참 후의 일일꺼야.

산수화-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서정적 춤으로 동래학춤의 춤사위와 입춤을 엮은....
혜경이는 무대에 네번 나온다.
모두 빨간치마인데, 헤경이만 파란치마를 입고 나와서 난, 부두목(?) 쯤 되어서 색다르게 보일려고 튀는 옷을입고 나왔나 했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은 뒷풀이에 방송사고 였다는 해명을 듣고는 한바탕의 폭소로 끝났다.

흥취- 진주 교방 굿거리 춤으로써 기본동작과 소고가 어우러지는 흥과 멋이 돗보이는 춤이라고는 하지만, 역쉬 김민경님의 독무대 이고 보면 뒤에 앉은 꼬마 손님이 선생님을 연발해대는 바람에 무대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자꾸만 깨어지는 분위기 주의를 줘도 연신 발로 앞자리의 의자를 차대면서 공연의 한틀을 깨고 있었다.

셋째마당은 흥과 소리의 멋.

삼고무와 장고무 그리고 설장고와 찬조출연으로 풍물굿패 "살판"의 날뫼북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소고무에서 그 화려한 막을 내린다.

관객과 하나가 된다는 것.
분위기를 읽어낸다는 것.
그리고 혼을 부르는 소리를 역어낸다는 것.

태초에 음(音)이 있었다는 걸 증명해 내는 몸짓에서 창조의 역사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의 뒷풀이.
함께 해준 친구들.
기억에도 없는 친구 어쩌면 삼십년만에 처음 만나는 순수 그 자체처럼 보인 효연.
클럽의 임원들과 함께 배석한 설희.
언제나 밝은 모습의 미숙이.
애들에게 문화를 알려려는 자상한 아빠 인호.
바쁜 일정을 뒤로 미루고 참석해준 회장 용흔이.


불혹의 언덕에서 비슷한 연배로 보인 정인숙님(?) 그리고 딸처럼 생각되듯 앳뗘 보인 박미용님.
12분의 출연진 외에도 그 가족과 이웃들의 희생과 노고가 없었다면 이런 큰 성과는 없었으리라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춤에춤세 무용단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고 모두 헤어져 갔지만, 가슴 한켠에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찬란하게 빛날 아름다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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