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낙산사의 꿈

no pain no gain 2007. 6. 16. 19:09
낙산사의 꿈

토요일엔 처갓집에가서 일년에 한번 뿐인 앵두를 따면서 그 빨간 앵두 열매를 두고 잎사귀에 앉으려는 나비를 보면서 ....

그 누가 앵두같은 입술? 이라고 했는지.... 과연 그 앵두 같은 입술이 어떠한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고...

벌써 올여름 휴가 이야기가 나와서 동해바다 옥계해수욕장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낙산사에 대한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낙산사에가면 조신대사의 전설이 있다는데....

삼국유사에 나온 설화는 다음과 같다.

조신(調信)의 꿈 (<삼국유사> 권 3 "조신조(調信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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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라가 서울이었을 때 세규사 장원이 명주군 내리면에 있었는데 본사(本寺)에서 중 조신을 보내어 장원 관리를 맡아 관리하게 했다. 조신이 장원에 와서 태수 김혼공의 딸을 좋아하여 깊이 미혹(迷惑)되었다.

그는 여러 번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 나아가 그녀와 인연 맺어줄 것을 남몰래 빌었다. 이로부터 수년 사이에 그녀에게 이미 배필이 생겼다. 그는 또 불당에 나가 관음보살이 자기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며 날이 저물도록 슬피 울다가 그리운 정에 지쳐서 잠시 졸았다.

꿈 속에 갑자기 김씨 낭자가 기쁜 얼굴로 문으로 들어와 활짝 웃으면서 말하기를, "저도 일찍 스님을 잠깐 뵙고 마음 속으로 사랑하며 잠시도 잊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명령에 못 이겨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지금 동혈지우(同穴之友)가 되고자 하여 왔습니다." 했다.

이에 조신은 매우 기뻐하며 그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녀와 40여 년간 살면서 자녀 다섯을 두었다. 집은 단지 네 벽뿐인데 조식(粗食)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마침내 낙탁(落탁)하여 식구들을 데리고 사방으로 떠돌아 다니며 얻어먹고 지냈다. 이같이 10년 동안 초야를 두루 헤매니 갈갈이 찢어진 옷은 몸뚱이도 가리지 못했다.

때마침 명주 해현령(蟹縣嶺)을 지날 때 15세 된 큰 아이가 갑자기 굶어 죽으매 통곡하며 길가에 묻었다. 남은 제 식구를 이끌고 그들 내외는 욱곡현(지금의 우현)에 이르러 길가에 묘옥을 짓고 살았다. 그들 부부는 병 들었으며 게다가 굶주려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10살 난 계집아이가 밥을 얻으러 다니다가 마을개에게 물려 아프다고 소리 지르며 앞에 와서 눕자 부모도 목이 메어 눈물을 줄줄이 흘렸다. 부인이 눈물을 씻으며 갑자기 말했다.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났을 때는 얼굴도 아름답고 나이도 젊었으며 입은 옷도 깨끗했었습니다. 한 가지 맛있는 음식도 그대와 나누어 먹었고 옷 한 가지도 그대와 나누어 입어 집을 나온 지 50년 동안 정은 깊어졌고, 사랑도 굳게 얽혔으니 참으로 두터운 인연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는 몸이 쇠약하여 병이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굶주림과 추위가 날로 더욱 심해지니 남의 집 곁방살이나 변변찮은 음식조차도 빌어 얻을 수가 없게 되었으며 문전마다 걸식하는 부끄러움은 산더미보다 무겁습니다. 아이들이 추위에 떨고 굶주려도 미처 돌봐 주지 못하는데 어느 틈에 부부의 정을 즐길 수가 있겠습니까?

붉은 얼굴과 어여쁜 웃음도 풀잎에 이슬이요, 지란(芝蘭) 같은 약속도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가지입니다. 당신은 내가 있어 더 누가 되고, 나는 당신이 있어 더욱 근심이 됩니다. 가만히 지난날의 기뻤던 일을 생각에 보니 그것이 바로 근심의 발단이었습니다. 그대와 내가 어찌해서 이런 지경에 이르렀습니까?

여러 마리의 새가 함께 굶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짝 잃은 난새가 거울을 향하여 짝을 부르는 것만은 못할 것입니다. 추우면 버리고 더우면 따르는 것은 인정에 차마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행하고 그치는 것은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도 운수가 따르는 것입니다. 청컨대 부디 헤어집시다."
조신이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각각 아이 둘씩 나누어 떠나려 하면서 여자가 말하기를,
"나는 고향으로 가겠으니 당신은 남쪽으로 가십시오." 했다.
이리하여 서로 작별하여 길을 떠나려 하는데 꿈을 깼다. 타다 남은 등불은 깜박거리고 밤도 새려고 하였다.

아침이 되니 수염과 머리털은 모두 하얗게 새고 망연히 세상일이 뜻이 없어졌다. 이미 괴롭게 살아가는 것도 싫어지고 마치 한평생 고생을 다 겪고 난 것과 같아 재물을 탐하는 마음도 얼음 녹듯 깨끗이 없어졌다. 이에 관음보살의 상을 대하기가 부끄러워지고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였다.

돌아와 해현에 묻었던 아이의 무덤을 파 보았더니 그것은 바로 석미륵(石彌勒)이었다. 물로 깨끗이 씻어 근처의 절에 모시고 서울로 돌아가서 장원을 맡은 책임을 그만두고 사재(私財)를 기울여 정토사(淨土寺)를 세워 부지런히 착한 일을 했다. 그 후에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여기에서 얻은 흰트를 가지고 이광수는 꿈이라는 소설을 집필하게 된다.

신라 시대 동해안 낙산사의 못생긴 승려 조신은 고을 태수의 딸 달례를 사모한다. 그러나 언감생심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인연인 것을 조신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달례가 잘생긴 화랑 모례와 혼례를 올리게 된다는 말을 듣고 다급해진 조신은 노스님 용선 화상에게 매달린다. 달례와 인연을 맺어달라고... 용선 화상은 조신에게 관음보살을 외우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조신은 달례를 사모하는 일념으로 관음 기도에 나서는데...

조신은 나오는 길로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입고 관음전으로 들어갔다. 용선 법사는 조신이 법당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문을 밖으로 잠그며, “조신아, 문을 잠갔으니 내가 부를 때까지 나올 생각 말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렸다. 행여 딴 생각할셔라.”

“네.”하는 소리가 안으로서 들렸다.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는 조신의 염불 소리가 밤이 깊도록 법당에서 울려나왔다. 조신은 죽을 힘을 다하여서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이었다.

“열심으로 - 잡념 들어오게 말고.”하던 용선 시님의 음성이 조신의 귓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등잔불 하나에 비추어진 관음전은 어둠침침하였다. 그러한 속에 조신은 가부좌를 걷고 앉아서 목탁을 치면서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조신의 눈은 언제나 관세음보살님의 얼굴에 있었다. 반년나마 밤이면 자라는 쇠가 울기까지 이 법당에서 이 모양으로 앉아서 이 모양으로 관세음보살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칭호를 하였건마는, 오늘밤에는 특별히 관세음보살님의 상이 살아 계신 듯하였다. 이따금 그 정병(淨甁)을 듭신 손이 움직이는 것도 같고 가슴이 들먹거리는 듯도 하고 자비로운 웃음 띠우신 그 눈이 더욱 빛나는 것도 같았다. 조신이 더욱 소리를 가다듬고 정신을 모아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관세음보살상의 한일자로 다물어진 입술이 방긋이 벌어지는 듯까지도 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보면 관세음보살님의 입술은 여전히 다물어 있었다.

절에서는 대중이 모두 잠이 들었다.

오직 석벽을 치는 물결 소리가 높았다 낮았다 하게 조신의 귀에 울려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조신이 제가 치는 목탁 소리와 제가 부르는 염불 소리가 어디 멀리서 울려오는 남의 소리 모양으로 들릴 뿐이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조신이 몸이 피곤함을 느낄수록 잡념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새벽녁에는 비몽사몽간에 달레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걸 황망히 느끼고 둘이는 말 그대로 "단봇짐을 싸서 줄행랑을..."

그리고는 우리네 일상사처럼 한평생을 아들딸 낳고 행복을 느끼면서 알콩달콩 살게 되는데...

지은 업보로 해서 살인을 하고 드디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마지막이 다가온다.

조신은 마침내 보고 싶은 달례도 보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눈을 싸매고, 뒷짐을 지고, 목에 올가미를 쓰고 매어달려서 다리를 버둥버둥하였다.

“살려주오, 살려주오.”하고 소리를 질렀으나 제 귀에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아니하였다.

숨이 꼭 막혀서 답답하였다. 차차 정신이 흐려졌다.

‘무서워서 어떻게 죽나. 죽은 뒤에 무엇이 있나?’하고 조신은 관세음보살을 염하면서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아이고, 나는 죽네, 관세음보살.’ 그리고는 조신은 정신이 아뜩하였다.

얼마를 지났는지, “조신아, 이놈아, 조신아.”하고 꽁무니를 누가 차는 것을 조신은 감각하였다.

조신은 눈을 번쩍 떴다.

선잠을 깬 눈앞에는 낙산사 관음상이 빙그레 웃으시고, 고개를 돌리니 용선 노장이 턱춤을 추면서 웃고 있었다.

(조신은 이때부터 일심으로 수도하여서 낙산 사성이라는 네 명승 중에 한 분인 조신 대사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그 꿈의 줄거리인데,

일찌기 장자의 꿈에서는 봄 한나절에 춘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나비가 꽃에 앉으려는 것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태어나서 자라고 서당에서 글을 배워 과거에 급제를 하고 금의 환향한 다음 장가들어 아들딸 낳고 잘 살다가 늙어서 병들어 죽으니 일가 친척들의 애통해 하는 곡소리를 들으면서 장례를 지내 땅에 묻히는 일생의 과정을 보다가 화급하게 놀라서 깨어보니 아까 그 꽃에 앉으려던 나비가 아직도 앉기 전이더라는 그 꿈과 같은 이야기더라 하는.....

자 이제 우리 친구들 중에 그 누가 더 리얼하고 아름답게 미색을 해서 그럴듯한 꿈이야기 한번 써 보지 않으시려는 지요?

걀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