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눈 덮인 설악산을 즐기다

no pain no gain 2007. 5. 28. 14:51

눈 덮인 설악산을 즐기다

 

 

산행을 예약하고 배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딱 1년 전 설악산 대청봉을 넘어섰을 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산악회 가입하고 첫 등반을 가장 어렵다는 무박2일 코스를 잡았으니……

그 동안 변화된 것이라면 새로 구입한 장비들과 산행에 대한 선배들의 지도에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 합니다.

 

 

별미로 뽑힌다는 황태 해장국을 먹고 오색 입구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오늘 하루 새로운 것에 눈 뜨고 자연의 신비함과 섭리를 많이 배우고 안전한 산행이 되게 해 주십사 고 기원해 본다.

 

실종된 겨울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진행해서 1시간쯤 지나 외투를 벗고 땀을 식힌다. 설악폭포에 도착 시커먼 어둠 속에서도 철철 물 흐르는 소리에 모두 잠든 시간에도 만물은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젠을 착용하라는 이호전 부장의 한마디가 모두의 수선거림과 부산스러움으로 한 동안 소란이 가라앉고 눈 발에 박히는 경쾌한 아이젠 소리가 마치 생명의 안전선인 냥 한결 마음이 놓인다

 

선두는 떠나 앞서간 곳을 모르겠고 줄 끊긴 일행들은 몇몇이서 헤드랜턴의 불빛에 의지하며 있는 길 찾기에도 헤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참을 땀 훔쳐 가며 가다 보니 뒤따라오던 일행들이 아무도 없다.

혼자 어둠 속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진행을 하다 잠시 눈 들어 하늘을 보니 유독 1월이라 더욱 선명한 겨울철의 별자리들의 맑고 밝은 눈망울처럼 하늘 가득 차 있다.

황소, 오리온, 토끼, 쌍둥이 외뿔소, 게자리 등등 신화와 전설에 얽힌 그 숫한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순간적으로 흘러간다.

새로 나온 신권 만 원짜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가 들어있다고 했는데……

 

 

너무 빨리 걸었나? 금년에 철거 된다는 군부대 관측소를 지나 대청봉에 서니 해가 뜨려면 아직 1시간여 가까이 남았다. 내가 그 동안 갈고 닦은 축지법이 여기서 발현됐나 하는 농담과 함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중청 대피소를 향한다.

 

여명이 공제 선을 끼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산하와 밤새 불 밝히고 고즈넉하게 가라앉은 어촌 마을의 점점이 밝혀져 있는 불빛들이 임무교대의 순간처럼 보인다.

 

내무장관의 정성으로 담아준 보온 도시락의 밥을 먹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면서 2시간여를 보낸다. 완전히 밝은 산하는 군데군데 몰려있는 구름의 훼방으로 완전한 모습을 다 볼 수는 없지만 한 것 빼어난 산새의 그 오묘함이 골짜기 마다 가라 않은 구름 바다에 에 견줘 보면 볼수록 장관이다.

아쉽지만 이제는 하산 길.

 

가장 경사가 심하다는 소청봉을 거쳐 희운각 대피소 가는 길. 밟고 지나간 길보다 엉덩이로 눈썰매를 타고 내려간 흔적에서 바지 중심의 재봉 선이 그대로 남아 있어 사이즈가 가히 짐작이 간다(?)

엉덩 썰매 나갑니다 길 비키세요!

그 중 어떤 일행은 아예 비료 포데 까지 준비해서 타고 내려가는 썰매를 보고 여러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희운각 대피소에 들러 잠시 휴식과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

계곡으로 이어진 양폭 대피소를 지나 천 개의 불상이 존재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천불동 계곡의 비경들을 감상하면서 작년에는 보지 못했던 깨어있는 폭포의 물 흘러가는 모습들이 자꾸만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반면에 햇살 가득 담은 봉우리 암석 사면은 돌 빛이 희고 깨끗하기 때문에 설악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는 그 부분과 가을부터 내린 눈이 여름까지 이어진다는 설악의 뜻까지 모두가 긍정이다.

 

철 계단 삐걱 이는 마찰음이 아이젠의 비명으로 마주친 절벽을 울려 흘러가는 물결에 섞여 들릴 때 마다 조용한 산천의 적막을 깨는 느낌이 부조화의 아쉬움도 있지만 귀면암의 우뚝 솟은 바위를 보면서 매번 지나치지만 왜 귀면암 인줄 몰랐는데, 한참을 지나서 철 계단 다리를 지나다 뒤 돌아보니 햇살 가득 받은 귀신의 옆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아하! 그래서 어둠 속에 잠긴 얼굴은 그 동안 보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누워서 천하절경 산수를 즐겼다는 곳이 와선대.

그 신선이 비선대에 와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숨쉬고 있는 곳. 금강굴에 들러 원효대사의 흔적을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설악동 입구에서 대기하던 버스를 찾지 못하여 4Km쯤 더 걸었으나 알프스를 넘은 사람도 있는데 설악산 대청봉까지 넘어온 처지에 그깟 4Km쯤 더 걸었다고 대수랴 하는 마음으로 주차하기 위해 줄 선 차량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유쾌하게 걸어 내려온 길.

 

또 다른 일정 때문에 함께 가지 못한 내부장관에게 들려줄 설악산의 눈 꽃 이야기가 많아 더욱 즐거운 산행이 아닐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