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삼악산(三岳山) 용화봉에 오르다.

no pain no gain 2007. 5. 28. 14:50

삼악산(三岳山) 용화봉에 오르다.

 

 

춘천 가는 길은 왠지 70년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 같아 설렘이 앞선다.

예전에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강촌에 살고 싶네! ~ 로 유명한 강촌역에 내려 흔들 다리를 건너 통기타에 휘청거리던 젊은 날의 로맨스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하지만 이번에는 눈 덮인 설산을 오르는 암릉 등반의 약속이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어제 내린 눈까지 쌓여 잔뜩 중무장으로 신년 초 첫 산행이 시작된다.

부지런한 어느 님이 길손을 맞이하러 눈 길까지 쓸어놨다.

상원사에 들러 모두 잠든 것처럼 보이는 한 켠에서 옷을 재 정비 하고 가뿐하게 오른 능선.

여기서부터는 암릉 길에 암벽을 타야 하는데 모두들 아이젠을 점검한다. 안전제일! 등산로를 정비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체력이 부족하다면 절대 갈 수 없는 산. 자신감까지 첨가하면 금상첨화가 된다.

 

 

다리가 짧아서 슬픔 짐승이여! 앞 다리는 올려놨는데, 런지가 되지 않아서 진행에 장애가 된다.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고 하나씩 난 코스기 나타날 때마다 긴장과 조언의 연속이다.

누군들 빨리 가고 싶지 않은 사람 있을까? 그냥 두세요 알아서 갈 수 있게......

 

삶은 보챈다고 앞서가지 않고 서둔다고 먼저 가지 않는 법. 오직 자기 앞의 생에 충실하면서 한 발 한 발 걸어야 하겠지요.

 

소나무 뿌리 한 줄기 잡고 뒤 돌아보니 의암호의 펼쳐진 정경이 저 멀리 뿌려둔 안개 한 줌까지 곁들여 너무 포근하게 감싸인다.

내 마음에 날개를 달고 저기 저 호수를 훨훨 날아가고 싶구나!

오래된 역사처럼 바위 안고 선 소나무. 머리엔 흰 눈을 이고 가지마다 바위잡고 늘어지듯 올라선 형태가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안될 만큼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양화들이 눈 돌리는 곳마다 널려있음을 뭐로 표현하랴!

 

 

장갑도 얼고 와이어 로프도 얼고 암벽 손 잡히는 곳마다 얼어있어 자칫하면 쭉 미끄러져 저기 저 춘천댐으로 하강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들지만, 그래도 바람 없이 쾌청하게 맑은 날씨까지 선물하신 오늘이 하늘을 우러러 감사할 따름이다.

 

소나무와 갈참나무 섞어 놓여있는 모습은 마치 기어오르다 멈춰서 뒤 돌아보는 듯한 거대한 이무기 형상. 거대한 노루가 갈 길을 포기하고 바위 위에 널브러져 쉬어가는 모습. 줄기보다 가지가 너무 많이 뻗어 주변 바위는 모두 감싸 않은 듯한 모습과 외 길로 이어지는 능선의 날카로운 바위 모서리 들이 조금씩 전진을 할 때마다 안도감의 땀방울이 함께 흐른다.

 

 용화봉(654m)에 들러 천천히 둘러본다. 수면을 감고 도는 물안개는 낮게 깔리면서 넓게 또 멀리까지 펼쳐진 수면위로 간간이 떠 있는 섬이 마치 한려수도를 연상케 한다.

 

 

포항에서 직송했다는 과메기를 초장 찍어 김에 싸서 입안에 넣어보니 비릿하면서도 고소함이 입안 가득하다.

 

 

이제는 하산 길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내려서면서 그 옛날 태국봉을 새운 궁예가 철원에서 왕건에게 패해 숨어둔 곳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평지와 완경사로 이어진 길.

역사의 이면에는 통한의 슬픔과 가문의 멸문지화가 함께 뒤따랐으리라!

 

 계곡 물 줄기를 따라서 내려서니 가히 절벽으로 길을 막고 물 길만 조금 틔워낸 선녀탕. 휘 돌아 등선폭포에 이르는 길은 한여름이 아니어도 훌훌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만큼의 강한 유혹으로 손짓한다.

 

어느 봄날 강촌까지 기차 타고 와서 진달래 핀 옆에 허연 등줄기 얼음 가득한 폭포의 모습에서 경이감에 밀려온 그 날의 감흥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여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삼악식당에서 마감한 오늘의 산행. 그리고 이어진 2007년 총회에서 올 한해 계획된 산행에 모두의 안녕과 안전한 산행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생의 즐거운 날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신년 새해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