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은하수를 만지려 한라산에 오르다

no pain no gain 2007. 5. 28. 14:48

은하수를 만지려 한라산에 오르다.

 

 

모두가 잠든 한 밤에 어둠을 뚫고 올라가는 길.

 

소망을 가슴 가득 안고 희망으로 전진하는 발길이 가볍기만 하다.

삶에 있어 살아가는 방식이 천 차 만별인 것과 같이 모두의 바램도 가지가지 겠지만 모두 한 가지 염원은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마음. 가진 자 못 가진 자 구분 없이 평등한 바램이 아닐까?

 

 

손을 들어 하늘의 은하수를 잡는다는 한라산. 표현처럼 한 숨돌려 위를 보면 천상세계 모든 별들이 날 반기려 나들이 나온 듯 촘촘하게 박힌 별 무리가 그냥 한 순간에 쏟아져 내릴듯하게 은빛 무리 지어 은하 천을 건너고 마주선 당신의 눈 속에서도 깊고 깊은 속 뜻처럼 우리들 사랑만큼 은하천은 흐른다.

시원한 한 모금 물을 마시고 씻겨 내려가는 차가움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비익조의 시샘이라도 느낄 량이면 더욱 사랑하는 연인이 되자고 다짐을 한다.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칠흑 같은 세상을 우리가 처음 만나 느꼈던 그 감정처럼 깊이깊이 아끼고 믿어주는 신념으로 사방이 희부염스런 빛이 감도는 진달래 밭에 도착하여 뒤 돌아보니 어둠 속에서도 발아래 흐르는 구름의 강이 펼쳐진다.

앞에 보이는 온통 하얀색의 눈 천지에서 역시 고산이라 그런지 약간의 어지럼증이 동반을 한다.

 

 

100m씩 표고를 표시한 위치 석을 지날 때마다 정상 백록담이 머지 않았음을 알지만 함께 가는 발길은 더디기만 하다. 마지막 나무계단으로 엮어진 코스에서 해발 1900m 라고 쓰여진 길을 지나 아직 동트기 전 백록담(1950m) 전망대에 선다.

 

 

산과 발아래 펼쳐진 운해 가득한 세상을 신선된 기분으로 내려다 보면서 구상나무 군락지의 생명 꿋꿋한 경이감과 손오공의 권두운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바다의 물결이 어느 누가 이 보다 더 황홀경을 연출 할 수 있을까 싶은 순간들이 흐른다.

 

 

바다를 덮은 구름 위로 내민 태양.

모두의 염원을 한 가슴에 안아줄 포용이 무한지대인 벅차 오르는 감동이 떠 오른다.

그대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태양과 나 상호 교간의 순간이 교차하면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대화가 오간다.

 

모두들 건강 하라고 또 행복 하라고……

 

 

백록담 목책을 비껴선 길을 따라 누운 향나무의 긴 여정이 비뚤어지고 고꾸라진 가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숨어있다.

주목나무, 비자나무, 전나무까지 한 켠으로 휩쓸려 쌓인 눈을 안고 구름과 바람을 벗삼아 이 긴 겨울을 묵묵한 표상으로 견뎌 내고 있다.

뒤 돌아보면 햇살에 조명된 백록담의 사면이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꾸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용진각 휴게소에 들러 춥고 주린 배를 채우려 꽁꽁 언 얼음 밥을 라면 국물에 녹여 먹으면서 이렇게 라면 하나의 귀중함에 새삼 인생을 배운다. 따라나선 가마귀의 울음 속에는 나도 배고파 함께 나눠먹자 하는 애절한 절규처럼 들린다.

 

검은 복장에 검은 눈동자 그대 속내를 모르겠소.

 

 

개미목을 지나면서 내려서면 또 올라서고 그러기를 수 차례 계곡 흐르는 물줄기는 얼어 멈춰 있지만 전설은 흐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들이 백록담과 그 아래 산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 놀고, 백록담에는 선녀들이 내려와서 깨끗한 물에 목욕을 하고 올라가는데, 목욕하는 선녀의 알몸이 보고 싶은 한 신선이 다른 신선과 떨어져 바위 뒤에 숨었다. 한 참을 목욕하던 선녀들 중 인기척에 놀라 소리를 지르니 옥황상제까지 그 소리에 놀라고 하늘나라 소동에 겁이 난 신선은 산아래 쪽으로 도망쳐 뛰어내렸는데, 그 자리가 움푹 들어가 용진각이 되었으며 신선은 옥황상제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 급히 산 아래로 마구 달음질을 쳤으며 그 자리마다 깊게 패여서 계곡이 되었는데, 그게 바로 탐라 계곡이라 한다.

 

어쩐지 그 끝 간데 모를 탐라계곡의 깊은 굴들이 너무 많이 널려 있더라니?

그런데, 그 물을 삼다수라 한다나 뭐란 다나?

그리고 그 물로 만든 술이 한라산 소주라 한다나?

어쩐지 몇 잔만 마셔도 금방 취기가 오르는 이유가 분명 있었그만 그려?

 

함부로 굴 속에 들어가지 마라! 삼십년 전에 술 한잔 마시고 굴로 들어간 선배 한 분이 아직도 굴 입구를 찾지 못하여 헤 메이고 있나니?

 

 

구상나무 군락지를 돌고 돌아 내려선 길. 질컥이면서 또한 눈길에 미끄러운 그 관음사 가는 길은 9시간의 등정의 마무리 길에 장시간 걸어서 인지 내무장관의 얼굴은 홍조 띈 홍시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