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아주 오래된 이야기인데, 농사짓던 논을 어느날인가 경지정리해서 절대농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50년쯤 흘렀다.
몇년전에 이웃하는 하우스 농사짓는 사람이 땅에 대한분쟁에 불만을 가지고 경계측량을 했는데, 뒤쪽에 10센티와 앞쪽에 20센티정도 자기네 땅이 들어갔다며 땅을 내 놓으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타지인들이 땅을 사서 농사를 짓는 관계로 이해와 타협이 아니라 모두가 법적 분쟁으로 해결을 요청하는 판이라 전연 대화가 되지 않는 판이다.
그래서 당장 하우스를 옮길수 없으니 옮기는 그날까지 매년 20 만원씩 도지세를 주기로 약속하고 계약서를 썼다. 해가 지나고 연락이 와서 이야기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하우스를 빼주던지 30만원으로 시세조정을 하자고 한다. 동네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는 꼴세다.
전에 임대했던 사람은 서울대 화학과 출신인데, 동네 들어와서 40여년을 농사짓는 일을 대규모로 했었는데, 나이들고 건강도 안좋고 힘든 농사일이 버겹다가 어느날인가 혼자서 일을 하다가 쓰러져서 그 부인이 불연듯 찾아와서 사람을 발견한 연고로 살아나게 된 사연으로 농사일이란게 두렵고 막연해져서 손을 땐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찾은 대안으로 동네 후배가 연결이 되어 밭을 넘기게 되었는데, 오래된 비닐을 다시 씌우려고 하자 옆집에서 다시 땅을 내 놓으라고 시비를 거는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2500들여서 하우스를 새로 옮겨서 짓기로 결정을 했다.
공사가 시작되고 자재를 옮겨오고 장비가 들어오고 하자 동네에서는 벼라별 소문과 남의 떡에 군침을 흘리는 쑥덕공론이 휘돌아 귀에 들어왔다.
어찌됐든 공사가 마무리되고 이제는 정리와 청소만 남았는데, 이중구조로 된 하우스를 보면 앞으로 얼마나 쓸지는 모르지만, 든든함은 틀림이 없다.
이제 와서는 해마다 20을 받기로 했던 옆집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목을친 결과가 되서, 그냥 하우스를 쓸 일이지 왜 옮겼냐고 한다(?). 어째 앞뒤가 다르잖소!
비닐만 새로 씌워도 500 이 들어가는 판에 그깟 경계선이 뭐라고, 내 땅이 백평이 들어갔네, 이백평이 들어갔네 하는 소리가 턱도 없는 경우였지만, 어찌됐든 해결됐으니 앓던이가 빠진 기분이다.
이제는 땅콩밭의 추억도 잡초와의 싸움도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