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가지 않은 길.
출렁다리를 건너고 혼자 호젓한 낭만을 곱씹으면서 조금 높은 곳은 이미 정원의 꽃이 다 졌다.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진 거리.
흠뻑 쏟아지는 가을 햇살 만큼이나 자유스런 걸음걸이. 그 만큼의 여유가 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시간.
흙먼지 하나 묻을 여유없이 깔끔하게 새로 건설된 길. 데크로 혹은 철판으로.
더러는 삼삼오오 지인들과의 새참시간.
나도 허기에 싸온 밥에 반주한잔.
갑자기 한두방을 떨어지는 빗방울에 서둘러 하산길을 잡는데, 하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빠른 길. 다른 하나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야자메트로 걷는 길. 천천히 하산길로 내려서면서 보니 사람들의 흔적이 드문 이끼로 가득한 길이 펼쳐진다.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에 매트위에 떨어져있는 알밤들. 하나둘 줍다보니 바람이 불면 지나온 길에 우두둑 떨어지는 알밤들.
그 많은 사람들이 산엘 왔는데, 이 길로는 아무도 지나간 적이 없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렇게 가을을 보내면서 새로 만들어진 추억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