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헬스장 형님.

no pain no gain 2024. 9. 11. 20:21

헬스장 형님.

언젠가 나에게 물었다.
월남 갔다 왔어요?
아니요. 저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아요.
나는 월남 파병되었을 때에 원래 1년인데 장기 지원해서 하사관으로 2년 근무하고 왔어요.
대단하십니다.
그럼 연금은 얼마나받아요?
고엽제 수당 안준다고 해서 소송해서 다 받아냈어요. 그래서 합하면 140정도 됩니다.
연세가?
46년생 입니다. 지금 일반적으로 먹는 약도 없어요.
건강관리가 탁월 하십니다.

평가를 해보면.
그렇게 큰키는 아니지만, 단단한 체구에 뼈와 근육 만으로 이뤄진 강골체형이라 기구운동도 평행봉과 철봉과. 그 연세에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자입니다.

어느날인가 내가 벤치 160을 들고 있는데 한마디. 하십니다. 나도 저렇듯 힘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인생 다 가고 구경만하는 신세가 되었구려.

그러고 보니 시대는 달라도 하사관 선배다.

20대.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몰라도 시대의 부름으로 월남전에 참전해서 생사의 고락을 넘어온 역전의 용사.
총알이 날아 온다는 것.
너와나의 생사가 찰나의 순간에 결정된다는 것.
지금도 가끔은 그날의 젊은이가 되어 정글의 숲을 한치앞의 인생도 모르고 누비고 다녔다는 것을 꿈을 꾸면서 화들짝 놀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나눈다.

이렇게 세월은가고 인간은 물결위의 부초처럼, 꿈처럼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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