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의 연가.
여름날의 소나기같은 사랑은 한번왔다 간다지만, 검게 흘러오는 뭉게구름이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고 빨리 빨리 서두르라고. 그런데 낮게 내려앉는 안개같은 구름은 지상을 덮고 산을 덮고, 삐죽삐죽 솟아있는 아파트를 감싸면서 슬금슬금 이불처럼 내려온다. 처음부터 쫙쫙 쏟아지는 모양새는 아니다. 천천히 협박성 번개와 뇌성으로 길잡이하고 몇개의 빗방울들이 눈치보듯 내리다가 길들여져서 촉촉하게 젖었다 싶으면 그때부터는 인해전술처럼 쫙쫙 퍼붓기 시작이다.
어제도 내리고 밤에도 내리고 예고처럼 오늘도 내린다. 천재시인 이상은 변동림과의 밀월을 이야기 한다.
"낮과 밤이 없는 밀월을 즐겼다. 나는 우리들의 밀월을 월광(月光)으로 기억할 뿐이다."
그렇게 시작도 끝도 없을 것처럼 내리 붓는 비.
좋아하는 비도 사나흘이면 그칠털데;
고갈되지 않고 끝없는 방랑처럼 줄기차게 쏘고 또 쏜다. 그대로 봇물이 터졌다.
말 안듣는 사람들.
도두리천에는 데크길을 걷지말라고. 안전 금줄을 쳤다. 안전제일, 사고예방.
그런데 누군가는 말안듣고 그 길을 우산쓰고 걷는다. 천변에 가면 사고 난다고 방송에서 혹은 개인 핸드폰으로 수도 없이 문자가 오는데 그걸 무시하고 걸어오는 사람들. 부부 혹은 연인? 또 홀로 걸으면서 고독을 씹는 사람들.
비가 많이 온다고 하천이나 인근 야영장에서 대피하라고 숱하게 안내를 해도 버티고 버티다가 꼭 허겁지겁 소방대원들의 손에 이끌려 방송타는 사람들.
어쩌면 해마다 이렇듯 비가 오고 또 폭염에 시달리고 태풍에 나무도 뽑히고, 이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을날의 풍요와 더 따스한 햇볕이 사과 속으로 스며들게 하소서 하고 기도 하겠지요.
그렇게 한해를 마무리지면서 백살넘게 사신분들의 위대함을 되돌아 보겠지요.
사랑도 미움도 적당한게 좋아요.
비가 내려 메마른 갈증의 가슴을 적셨다면 이제 잠깐 쉬면서 후일을 기약하는 뜀뛰기는 어떤가요? 쉬지않고 흘러나오는 연가보다 2부 행사를 위한 그런 텀이 간절한 바램입니다.
젊은날에 지리산 어느 풍경속에 비그친 평야에서 군무로 춤을 추던 빨간 잠자리의 비상하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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