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의 기억.
어릴적 내가 살던 곳에는 시골에서 농산물이나 냇가에서 잡은 피래미부터 잉어. 메기. 뱀장어. 참게라든지 뭐가됐든 돈이 될만한 물건을 이고지고메고 팔러왔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팔다가 남은 것 혹은 못팔고 다시 가져가아할 것들을 가지고 돌아가기 위한 기차역으로 모였는데, 그때 억지로라도 넘겨주고간 물건들이 많았다.
이미 판매의 시기를 놓쳐서 물건의 싱싱함을 잃어버려서 제 값을 받기가 어려운 상태도 되기도 하고.
그럴때마다 어머니는 물건도 사주고 밥도 한상 차려서 내주기도 하고는 했다.
그래서 짚으로 엮은 참게를 잔뜩 사서 조선간장으로 게장을 담으면 아버지는 그토록 즐겨드시던 음식이 었다.
어느날은 가득한 고들빼기를 한 지게나 될 양으로 나타난 시골농부. 다 팔아야 돌아간다고 하소연을 하는데 그 많은걸 사서 도저히 엄두가 안나는 양이 었지만 결국은 다 사게 됐고, 한동안은 밥상에서 고들빼기 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어린맘에 난 그 쓰고 짭조름한 김치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더러는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기도 해서 거의 어거지로 먹는 냥이 됐는데, 같은반 친구들은 내가 싸간 고들빼기가 그토록 맛있다고 하면서 내걸 뺏어 먹는걸 지켜보기도 했다. 아마도 어머니의 반찬만드는 솜씨와 시골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젓갈과 설탕과 조미료의 듬뿍 들어간 감칠맛이 정말 특이한 맛이었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세월따라 입맛은 변한다.
봄이오면 해삼과 멍개에 미나리 넣고 만든 가오리 회무침이 봄을 부르는 행사가 되기도 했는데, 사실 난 비위가 약해서 낙지 조차도 잘 먹지를 못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 되고 말았다.
몇일전에 밭에서 오래된 민들레와 고들빼기를 캐서 담은 김치와 어린 열무를 된장넣고 지져서 햅쌉밥에 한술뜨면. 캬. 환상적인 맛.
이제는 쌉쌀한 고들빼기나 톡쏘는 게 일품인 겨자채나 갓김치 같은것 들이 좋아지는 세월인듯 합니다.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동천년노항장곡 매일생한불매향)
오동은 천년을 늙어도. 항상 제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초심으로 만들어진 오동나무는 그 음질을 유지하여 고운소리를 내고 매화는 추운 겨울에 피어도 따뜻한 편안함을 구가하지 않는다.
퍼온글. 고들빼기 유래
고들빼기김치는 고들빼기라는 특이한 이름의 유래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전라도 전주에 살던 고씨 두 형제와 그들의 친구 이씨, 백씨 등 네 명이 어느 날 산에 놀러 갔다가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그들은 길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어쩔 수 없이 며칠 동안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네 사람은 준비해 온 먹을 것도 이미 다 떨어졌고 굶주리게 되자 시장기를 면하기 위해 산에서 나는 야생풀이라도 뜯어 먹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그 산속에 이름 모를 풀이 잔뜩 있는 것을 보고 풀을 뜯어 먹어보니 맛이 쌉쌀하면서도 좋았다.
다행히도 네 사람은 산 속에서 화전민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 화전민에게 맛이 좋았던 풀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으나 이름이 없는 풀이라는 대답이었다. 네 사람은 마을로 돌아올 때 맛이 좋았던 그 풀을 캐내어 가져왔다. 그 풀을 본 마을 사람들은 고씨 형제와 이씨, 백씨가 발견한 풀이라는 뜻에서 ‘고둘백이’라 불렀다. 고들빼기는 고둘백이가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