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712호 환자

no pain no gain 2023. 6. 27. 09:23

소설. 712호 환자. 하성란作

1983년.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1945년생인 환자가 맹장수술을 하러 갔다가 식물인간이 된다.
21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회복이 되어 세상에 나온다. 유예된 삶. 7살 5살이었던 애들은 흘쩍 건너간 세월속에 성년이 되고 날씬하던 아내는 펑퍼짐한 아줌마가 되어있다.

'세면대 거울 속은 남자는 오촌 당숙뻘쯤 되는 노인의 얼굴이 들어 있었다. 양미간의 주름 세 개는 펴지지 않았다. 입을 다물 때마다 노인의 괴팍스러운 성격이 드러나는 듯했다. 남자가 오른쪽 뺨을 면도하면 노인은 왼쪽 뺨을 면도 했다.  숱이  많고 윤기나던 구레나룻을 면도할 때면 늘 성가 셨는데 거울 속에 노인은 면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얇고 흰머리카락이 실오라기처럼 환풍기 바람에도 날렸다. 머리를 남자 쪽으로 숙일 때마다 정수리의 머리카락 사이로 분홍빛 살이 얼핏얼핏 보였다. 수분을 잃은 살갖에는 하얗게 살비듬이 일어 옷을 갈아입을 때면 먼지처럼 날렸다'

등산하는 아내를 배웅하면서 아내와의 추억은 결혼하고 8년간의 기억 뿐이다.

휴대폰을 개발하던 업무 때문에 출장을 자주 다녀야 했고, 처음나온 휴대폰은 4킬로그램. 771그램의 휴대폰은 모토로라의 88년 제품이었다.
자신이 아니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못할것이라 생각했지만, 712호에 갖혀 생활하는 동안에 세상은 저만큼 흘쩍 건너가 버린 것이다.

남들은 은퇴할 나이가 된 60에 이력서를 쓴다.
1970년부터 1983년까지 전자 연구 개발 팀 근무. 그 다음 칸에서 남자는 잠깐 머뭇거렸지만 내쳐 썼다.
1983년에서 2004년까지 종합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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