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모임 이야기.
그냥 초청이 왔다.
소머리하나 삶고 있으니 시간되면 들러서 몇점하라고.
새벽부터 준비하고 밭에서 일하다보니 배가 고파서 라면좀 먹고.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
서둘러 마무리를 지고.
다른 친구가 부르러 와서 가보니.
식깡에 한솥 끓고 있는 소머리.
전날부터 하루를 고았다고 한다.
한켠에 자리잡고 먹으면서 들으니 이마 오전에 판을벌려 한 패거리는 왔다가 갔다고 한다.
7~8명이 않아서 소주에 로얄제리를 칵테일해서 마시는 자리.
운전자들은 물을마시고 주흥은 깊어만 간다.
많이 내렸다 줄어들다 간간이 조화를 맞춰서 물위로 파문을 일으키며 소나타 8악장처럼 라르고와 포르테가 번갈아 어느님의 지휘에 저 장엄한 오케스트라는 그칠줄 모르는구나.
소머리음식점에서 얍게썰어 투명하게 비치는 소머리 몇점이 전부였는데, 오늘은 소 한마리를 다 먹는 기분이다.
'한잔만 더줘' '그만 마셔' '줘라. 먹고 내일 죽을지 가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로얄제리 쬐끄만 한병에 오만원 하는데 50번도 더 타서 먹도록 스포이드로 쪼금씩 넣는데' '난 밤새 마셔도 안 취해' '그럼 그만마셔' '야 비싼술을 적당히 먹고 취하라고 있는데 안 취하면 왜 마셔' '내가 술 마시고 실수한적있냐' '그래 저 친구는 여태 실수한 적이 없어' '난 한잔만 마셔도 온몸이 다 빨개' '그럼 넌 술 마시지마' '내일은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그럴때 일수록 술 마셔야지' '뇌가 쪼그라들거든' '아냐 술마시면 몸이 풀어져서 괜찮아' '그럴땐 몸을 따뜻하게 해야지' '뇌졸증 너 조심해라'.
아쉬움은 뒤로하고 나오는 길.
아무런 호사도 없이 이렇게 간단하게 불러서 어깨 앚대고 살아가는 이야기에 한잔술로 시름을 달래는게지 이런게 친구고 동창회가 따로있나? 초청받은 남의 동창회 하루가 간다.
이게 2001년에 쓴 글인데요.
함께했던 한분이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 토록 건강하고 평생을 타일 일을해서 잘 번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분인데. 참 인생은 알수가 없어요.
다른 친구가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니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는데, 약먹으면 괜찮다고 했다고 가장 중요한 시간을 놓친것 같다는 후회.
그때 만약 119불러서 싣고 갔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