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비내린 오후

no pain no gain 2021. 11. 8. 14:05
촉촉하게 젖어 있는것이 어디 비온 후의 마음뿐이랴?
이런날은 친구 생각대로 오징어 듬뿍 넣은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면서 좀 야한 영화가 제격일진데.

그래서 두편의 색.계와 후궁을 보는데 다시봐도 명연기인 탕웨이와 조여정!

난 친구가 보기에도 용기없는 못난이라 다른 여인네의 치마자락은 들추지 못하고 대리만족으로 영화나 문학을 섭렵한다..

색.계에서 탕웨이가 부르는 노래.
땅끝에서 멀고 먼 바다까지 내 마음의 동반자를 찾고 또 찾아 헤매네
소녀는 노래를 부르고 소년은 곁을 지켜주었지. 그대의 마음은 나의 마음. 그대의 마음은 나의 마음. 동산에 올라 북녘을 바라보니 어느새 눈물이 흘러 옷 섭이 다 젖는구나. 그 사람이 그리워 쉬지도 못하는 마음. 고난 속에서도 꿋꿋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 고난 속에서도 꿋꿋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 이 세상 어느 누가 청춘의 봄날을 추억하지 않으리요. 소년과 소녀는 바늘과 실이 었지. 나의 아름다운 사람. 우리는 영원히 함께하는 바늘과 실이라네. 우리는 영원히 함께하는 바늘과 실이라네.

사할린은 눈물도 믿지 않는다 책에서. 음악을 가르쳐준 일본선생은 11살 차이의 여학생과 결혼생활을 하다가 징집되서 죽고.
가요라는 미망인과 얽힌 아코디언을 켜는 김훈이라는 사내는 선생의 부인이라 조심스러웠으나 암내를 풍기면서 유혹하는 그 여인을 서서히 명기로 만들어간다.
10년동안 한번도 희열을 경험해보지 못한여인을 터져나오는 오르가즘에 몸둘바를 모르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내맛을 알게되는 여인. 매달리고 매달리는 여인의 끝장같은 것.
너무깊은 수렁을 두려워한 여인의 마음에 없는 한마디. 다시는 오지말아요. 그 한마디가 사랑의 종말을 고한다.

반면 정식으로 결혼한 치에꼬는  아무리 정성을 기울여도 여자의 그맛을 모른다.
그리고 코흘리개 친구동생으로 알았던 성장한여인은 윤리적으로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팬티밖에 싸라고 하는데 끌어안고 뒹구는 와중에 그 얊은 헝겁쪼가리를 비켜서 쇠몽둥이같은 물건이 헤집고 들어가 신세계의 환락을 누린다. 에이. 싸버렸네!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떨어진 원폭.
소련은 전쟁이 일방적으로 끝날까봐서 불가침조약을 깨고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사할린과 만주국을 통해서 한반도로 밀고 내려온다.
옛여인 가요는 러시아병사의 애첩이 되고, 반복된 유산과 아이의 조기사망과 시어머니의 간섭에 찌든 치에꼬와의 이혼. 종전후의 일본인은 사할린을 떠나 일본으로 귀환이 되지만. 국적없는 조선인은 갈곳이 없다.

치에꼬가 일본으로 떠나던 날.
주인공은 술한잔하고 평소 눈여겨 보았던 장소를 찾아 주머니에 돌을 잔뜩 집어넣고 구두를 벗어 가지런하게 놓고 바다속으로 가라앉는다.

결말이 속칭 일본소설의 모태를 닮은듯하여 조금 쓸쓸한 느낌이지만 조선에서 치이고 사할린으로 이주해서는 일본인에게 치이고 전쟁후에는 소련에 치이고 삶의 희망이 꺽여버린 젊은이의 절망이 최후의 선택을하게 만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든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빠삐용  (0) 2021.11.22
선지국과 막걸리  (0) 2021.11.11
길위에서 길을 묻다.  (0) 2021.11.03
목련향  (0) 2021.10.27
거지  (0)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