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내곁에 있어주

no pain no gain 2021. 9. 5. 16:52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이야기.

한 여행객이 동네를 찾아왔는데 벼라별 소문이 돌았다. 검은색으로 치장한 그는 007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그 속에 백원짜리 지폐가 한가득이라는 것. 검은 안경과 양복. 잘 어울리지 않는 검은 와이셔츠에 검은 넥타이를 맨 젠틀맨 흉내를 잔뜩 내고 머리는 포마드를 잔뜩 바르고 특이한 향수를 풍기면서 동네 제일가는 미녀를 품고 나닌다는 것.

한 친구의 제안에 따라 나섯더니. 호젓한 숲속의 빈터에 그때 흔하지 않은 빨간색 야외 전축의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붉은 색의 담요를 깔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인네의 허벅지를 베고 비스듬히 누워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은 풍경. 물론 검은 안경을 세트로 맞춘듯 둘이서 그 부드러운 미소하며 나직하게 나누던 대화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심부름은 별거 아닌. 야외전축용 밧데리와 코카콜라와 비스킷 과자 등속을 사오라고 했던것 같은데. 몇십원에 해당되는 값에 만원짜리 몇장을 주면서 나머지는 심부름값이라고. 우린 그랬지. 아마도 간첩인가봐. 신고하러 가자고. 그랬더니 그런 경험이 있던 친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후기담은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숲속에서 울려퍼지던 그때 한창 유행했던 이수미가 부르던 ~ 나는 네가 좋아서~순한양이 되었지. 풀밭같은 너의 가슴에 ~
50여년이 흘러도 항상 가슴에 맴돌던 멜로디가 엊그제 뉴스에서 이수미가 죽었다는 소식에 다시금 소환되는 그 옛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추가로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남원역 바로옆에 있던 묘묙장.
어릴때는 맨포밭이라고 불렀지.
남원은 순천관할이어서 순천에는 더 큰 묘목장이 있었고.
어린묘목을 키워서 조금 크면 남원과 순천구간의 기차길옆 수목관리를 하기위해 공급하던곳.

그 크기도 만만치 않아서 둘레에는 피나무와 씨리나무등속이 심어져 있었고. 가운데 작업로 길에는 풀라타나스 나무가 줄지어 있고. 편백나무 숲에는 더러 아늑한 공터도 있었지.
향교가는길에 건널목 차단기가 있었는데. 그 옆을 흐르는 작은 개울에서 우리 개구쟁이 들은 붕어나 미꾸라지등을 잡았지.

지난번에 쓴 이수미의 야외전축이야기도 바로 그곳이 소재지.

참 좋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곳.

이제는 용도변경되어 천상의 화원으로 다시 태어났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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