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
따뜻한 바람이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부르고
옛날에 철길따라 걷던 기택이 집에 가는길.
늙으신 노모는 마루에 앉아
밭두렁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쑥을캐서 아직도 밝은 눈으로
누렁잎을 고르고
팥죽 한그릇으로 점심을 대신
하고
남은것을 먹으라고 몇번이고 권하신다.
지난번에 되었을때 보다 훨씬더
건강하고 봄볕에 그을린 모습은
십년의 세월 저편으로 걸어가신듯하여 대화하는 내내
웃음이 절로 스민다.
어린 손주들 사진을 보면서
이젠 애비가 되어버린 아들을
왜 애기들은 안데려 오느냐고
기억속의 30여년 저편의 모습을
상상이상의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노모의 기억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세월은 가고 오는것.
기택이 말마따나 살아생전에
효도고 인사지.
이승을 떠나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길가에 작은 개천을 모조리 되집어놓아서 봄나물캘 장소마져 없어졌다고하고 집앞에 새로 집을지어서 전망이 막혔다고
한탄을 하는 모습이 앞으로 십년세월은 거뜬하리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다듬어서 내민 쑥봉지가 가슴에 아린다.
감자와 이것저것 밭에 심어 놓고
새싹이 올라오는 재미로 또 한세월이 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