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뱀사골 이야기

no pain no gain 2013. 12. 20. 16:20

뱀사골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방학이 되면 기차에서 무리지어 큰 배낭을 메고 지리산을 가는 형들이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당일 등산은 더러 다녀봤지만. 본격적으로 취사도구와 숙박 해야할 물품들을 챙겨서 떠나기는 장비 구입도 문제지만 팀을 꾸리기가 싶지 않은 과제. 그러던 어느날 계획서를 만들고 품목을 하나씩 준비해서 지리산을 등산 하기로 합니다.

 

계획은 뱀사골로 올라가서 뱀사골 산장을 거쳐 동진을 해서 장터목과 천왕봉을 찍고 백무동로 내려온다는 포부였는데, 기간은 일주일.

그런데 뱀사골 올라가다 뱀소 부근에서 경치가 너무 좋아 딱 하루만 자고 가자고 A형 텐트를 치고 눌러 앉는게 3 일을 보냈습니다. 혼자서 먼재미가 있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고고한 달빛 에 흘러가는 물소리를 벗삼아 하모니카를 불다 지칠 때 쯤이면 한밤에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먼서 놀았지요.

 

가끔은 약초를 캐는 심마니와 뱀을 잡으러 다니는 땅꾼들도 만나고 더러는 아침이슬 말리려고 바위 위에 걸터 앉은 독사나 살모사 등도 잡아서 껍질을 벗겨 소금을 살짝 뿌려 놓았 다가 저녁이면 한여름에도 온몸이 오싹이는 한기를 이겨보려고 피운 모닥불에 살살 구어서 밤참을 먹기도 하고.

 

갈 길 몰라 텐트 앞에서 막대기처럼 꽃꽃하게서서 공격 타이밍을 잡으려고 또아리 튼 독사도 간식거리로 사라졌지요.

 

식사랑 계산 착오로 쌀과 찬이 떨어져서 결국 빈 배낭을 메고 하산하고 말았지만 그 때 복잡하던 머리속의 혼돈을 모두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제 사회에 나간다면 그 어떤 두려움과도 맞설 자신있다고 떨어지던 별똥별과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던 은하수물결치던 하늘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식으로 표현 한다면 한마디로 힐링이 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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