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토 바나나작/민음사/2007/
아버지의 직업은 석수장이다.
주로 돌을 다듬어서 묘지를 장식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그런데 새로운 기계화 문명이 몰려 오면서 짧은 시간에 고객들은 하나씩 발길을 끊고 일이 없어진 한가해진 석재 공장에서 돌연 엄마의 죽음이 찾아온다.
기화로 일손을 점차 멀리 하면서 혼자 남게 된 아버지는 어느 날 홀연히 탱고 춤을 가르치는 유리라는 이름을 가진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집으로 동거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현실도피.
그리고 새 희망을 엮는 두 가지 프로잭트는 옥상 한쪽에 시멘트로 틀을 만들고 색상이 선명하지 않은 갖가지 돌을 촘촘히 박아서 마치 만다라 같은 모자이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엄마가 생전에 좋아했던 돌고래의 형상으로 비석을 만드는 것. 그런데 마치 만화처럼 돌고래의 표정이 웃고 있는 것으로 조각을 한다.
영혼을 쪼개서 안식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어쩌면 만다라 속에서 정식적 위안을 삼고 돌고래의 품 안에서 아내의 옛 체취를 느끼는 휴식을 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은 사람들을 위한 묘지에 들인 정성으로 여태 살아왔다면,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가게나 공원, 무덤, 마당 같은 곳에서 동네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작품을 예술은 아니고 그냥 즐기는 그런 조각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돌에 깃든 신이 툭하면 내게 돌을 파라고 한다"
엄마에 대한 아버지의 평가는 어떤 것일까?
정말 아름다운 여자는, 보고 또 봐도 어떤 얼굴인지 기억 할 수 없는 법이지.
아른아른 한, 예쁜 천 같은 것이 살랑살랑거리고, 그 너머는 확실하게 보이지가 않아.
그게 뭘까? 여자의 수수께끼다.
유리에 대한 평가는
지금은 얼굴이 안 보이는 단계. 아직은 좋은 때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짜증스럽도록 또렷하게 보이는 거. 그게 부부란 거겠지.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 엄마는 늘 부드러운 막 저 너머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