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오래된 정원을 읽고

no pain no gain 2007. 6. 16. 20:52

오래된 정원을 읽고


이건 독후감도 아니고 소감도 아니지만, 책을 보다가 가슴에 와 닿는 부분들이 있어서 조금씩 발췌한 것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내가 정해놓은 스케줄대로 잃어야 할 책은 꼭 보려고 노력을 한다.
황석영 작 오래된 정원이라는 책을 가슴 아프게 오래 동안 봤다.

이미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광주와 5.18 이야기와 그 후로 이어지는 18년간의 감옥생활 그리고 ........

하권 249쪽
나는 그 남자와 여러 번 잤어요.
그의 목소리와 까칠한 면도자리와 뻣뻣한 살 갖을 기억해요. 그의 상식적이고 안정된 정서가 얼마나 편안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따뜻하잖아요. 열정이 도대체 무슨 독감따위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없지만, 바람부는 날 언덕 위에서 오리나무 같은데 기대어 서면 좋잖아요. 작별할 때 한 맺힌 핏물로 내게 덮어 씌우지 않고 조용히 한걸음 물러서는 그림자 같아요. 아버지의 감 이야기에 나오는 색시처럼 내색 않고 같은 선에 서서 넉넉한 시선으로 한 방향을 바라보아주는 아낙이 되고 싶었지요. 그렇지만 헤어지진 말고 오래 같이 살 수 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상권215쪽
눈 들어 바라보면 꽃핀 강산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하나인데 당신들은 어떤 세상을 그리다가 가셨나요.

상권 287쪽
흔한 말로 떠난 사람은 있던 곳을 잊었다지만 남겨진 사람은 빈자리 때문에 힘들다구 하지 않던가요.

하권 18쪽
.... 인간은 자신의 힘에 관한 지식을 휙 득해서 이를 사회적 힘으로 조직하고, 그러한 사회적 힘을 더 이상 정치적 힘의 형태로 자신과 분리 시키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의 행방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 우여 곡절을 겪은 후에 화자인 남자는 5.18의 주범으로 교도소를 전전하고, 전향을 하고 나서 18년 만에 출소를 하고 도피시절의 그 여자를 찾는다.

기나긴 세월동안 여자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화실을 운영하고, 유학을 하고, 개인전을 거치면서 병을 얻고 암으로 죽음을 맞이하면서 까지 의 일처럼 쓴 편지형태의 소설이다.

마지막 글은
하권 308쪽
당신도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었겠지요. 우리가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텨왔던 가치들은 산산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속세의 먼지 가운데서 빛나고 있어요. 살아있는 한 우리는 또 한번 다시 시작해야 할 것 입니다.
당신은 그 외롭고 캄캄한 벽 속에서 무었을 찾았나요. 혹시 바위틈 사이로 뚫린 길을 걸어 들어가 갑자기 환하고 찬란한 햇빛 가운데 색색가지의 꽃이 만발한 세상을 본 건 아닌가요.
당신은 우리의 오래된 정원을 찾았나요.

그리고 침묵으로 이어지는 나의 사고다.
살아가는 방식이나 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무었인가 목적지를 향해서 꾸준히 추구하는 그 무었인가의 목적물......
세상은 그냥 와서 되는 데로 살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닌 무었인가의 분명하지는 않지만 꼭 이루고야 만 하는 그것을 방향 잃지않고 흔들리지 않고 잘 가고 있는지?

나에게 물음표를 던져준 한 권의 책이었다.
오래 전에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무기의 그늘'에서 와는 또 다른 묵직한 멧세지를 남겨준 두 주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