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읽고
저자 안정효는 그의 작품 하얀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미늘 등을 통해서 자서전 적인 소설을 구가해온 것으로 보인다.
시대는 일제의 문화적 잔재가 오락쪽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해방 후의 한국- 미개한 저 개발국의 하나로 보였을- 에서 영화라는 대단히 흥미로운 매체를 통해서 뭉쳐진 자칭 7인의 무법자 가운데 줄거리가 되는 친구 임병석의 별명이 헐리우드키드 이다.
현실의 비참함 속에 전쟁후의 폐허, 기아, 배고품 이런 것 들이 청소년기의 가장 환상적인 영화라는 오락물 속에 잠입하게 되어, 거의 미친듯이 몰려 다니면서 또 다른 별세계의 신천지를 환상 여행하는 시간들로 메워지고, 현실망각의 영화 속에서 깨어나 비참한 현실로 되돌아 올 때는 현실과 환상이 끊임없이 착종되고 혼동되는....
그러다가 일상의 생활에서는 더욱 비참하고 황량한 자신들의 삶과 이땅의 어두운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반복된 일상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 시야를 차단시키는 어둠 속에는 환상이 존재하지만 진실의 빛을 받으면 퇴색하여 보이지 않게 되는 세계, 그리고 꿈을 꾸려면 어둠이 필요하지만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눈을 떠야 한다는 진리. 그렇다, 그것이 바로 영화의 세계였다.
현실의 적응을 거부했던 친구 임병석-헐리우드키드는 병역 기피자가 되어 비 현실 적인 삶을 살아가는 불능자가 되어 떳떳하지 못한 3 류 인생을 전전하면서 평생을 다듬어온 시나리오 "무 책임 한 두 주일" 을 들고 이제는 3 류 영화 감독이 된 화자를 찾아와 80만원에 팔고 간다. 그 시나리오는 "중년의 남자가 일상으로 부터 탈출의도와 이 세상에는 틀림없이 아름다운 사랑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 꿈꾸는 소녀와 도피 행각을 벌인다는 흔한 주제" 였다.
영화화 하기로 결정한 화자는 반 이상을 진행하다가 "창조와 모방"이라는 큰 벽에 봉착하게 된다. 그 시나리오의 90% 이상이 다른 영화의 표절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화자는 거짓과 진실의 미로 속에서 하나의 결론을 이끌어 낸다.
"......중략. 이 세상에서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가? 장충동에서 어느 족발 집이 원조이고 어느 집이 진짜원조라는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맛있는 족발만 수북이 내다 주면 될 일이지.
....영감이란 결국 없는 것으로 부터 무엇을 창조하는 기능이 아니라 있는 것들을 재 조립하고 가꾸어 다듬는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
.....어짜피 인생이란 어느 만큼이 고유하고 또 어느 만큼이 흉내인가? 남들이 쓰고 버린 헌 조각들을 주워 모아 누덕누덕 기워 한 벌의 인생을 만들어 놓았으니 그것이 어쨋다는 말인가? 꼴라쥬도 결국 그 자체가 훌륭한 인생이지 않는가?
영화는 커다란 성공을 가져오고 헐리우드키드는 교통사고로 말없이 죽어간다. 과거의 고통도 아름답고 감미롭게 기억되는 인간은 간직하는 필름이 다를 지라도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 앞에 소중한 것. 이런 결론이 나온다.
....결국 모든 사람의 삶이란 비슷비슷하게 마련이고, 모든 사람의 사고 방식도 서로 닮아가게 마련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창조를 해낼 수 있는 행동 반경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조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