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스무살 도쿄

no pain no gain 2009. 9. 11. 14:43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作/ 은행나무/ 2008/

 

1978. 대학을 재수 하기 위해 고향 나고야를 떠나 도쿄로 간다. 어쩜 비슷한 생각이 날까?

도시와 시골이라는 이분법의 정립된 논리는 예의 그 시골 사투리부터 기죽는(?) 혹은 기 죽이는 만남의 기준이 된다.

써울 표준어(?) 쯤이라고 해두자!

확실한 지향과 목표가 아닌 막연한 꿈이었던 대학 그리고 음악평론가. 그런데 음악과는 상관없는, 여학생이 많아서 바람둥이 같은 흑심을 품고 문학부를 선택하고 서클로는 연극부에 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밤을 새는 토론과 술타령. 아시는 분은 다 아시리라 보고……

 

1980년 학교를 중퇴하고 몇 명이서 꾸려가는 아주 작은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활동을 한다. 12 9일은 존 레넌이 총에 맞아 죽은 날로 그를 추모하는 음악방송이 반복적으로 흘러 나온다. 그걸 나중에 안다. 바쁘다는 이유 하나로 더블 판타지를 마지막 앨범으로 장식하고 존은 떠났고……

그때 난 뭘 했을까? 대한민국의 국토방위를 위해서 하사계급장을 달고 열심히 생활했을 터이다.

 

1981 9 30일은 우리 기억에서 모두 잊혀져 간 88올림픽 개최지 결정이 서독 바덴바덴 IOC 총회에서 서울과 나고야의 대결에서 52:27표로 서울 올림픽이 결정된 날. 군대에 있던 나는 아마도 사회 혼란을 틈타 소요사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경계강화지시가 떨어진 날이 아니었을까?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소식은 항상 스쳐가는 바람결에 들리거나 흘러가는 구름 위에 띄워도 항상 마음은 고향이라는 명제에서 피해 갈 수 없는 모양이다.

 

간혹 외국에서 들려오는 한국어나 태극기만 봐도 가슴이 찡하고 뭉클한 뭔가가 울컥 치미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이 글의 주인공인 다무라 히사오도 나고야에 대한 감정은 비슷하였으리라. 더군다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을 중퇴한 현상에서 나고야에 올림픽이 열린다면 다시금 아버지의 사업이 부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테니까.

 

1985년엔 엄친딸과 맞선을 본다. 철저하게 기만된 약속. 그리고 서서히 동질감을 느끼는 청춘 25. 데이트에서 머리 속에는 럭비 일본 선수권과 요코즈마 시합도 있고 하지만 모친들께서 쥐어준 표로 영화고스트 버스터를 보고 저녁 식사를 하고 하루미 부두 공원에서 도쿄의 야경을 보며 감동을 한다. 하지만 다시 만날 약속 따위는 전화번호도 묻지 못하고 헤어진 겨울 밤.

 

흘러가 버린 기억 속에는 이루지 못한 아방궁의 꿈과 사랑하는 연인과의 세계일주 여행 같은 거창한 부도 수표는 못다 이룬 추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으신지요?

 

그리고 1989년의 상황은 친구의 결혼식 전날 베첼러 파티. 일본의 시대적 상황에서 보면 1988년 부동산의 고점 하락, 1991년 소폭 반등, 그리고 1992년부터 부동산의 대폭락으로 이어지는 암울한 경기침체로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는 해이다.

세계토지개발의 고다 사장. 너무 많은 돈을 부동산에서 쉽게 벌다 보니 육체만 있고 영혼은 없는 빈 가슴의 고독한 사냥꾼이 된다. 그 공허한 가슴을 채우려 마시는 술은 매번 정신 줄을 놓는 상황에서 종료가 되고, 그의 하청을 받아서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주인공 다무라. 10년의 상황을 몇 일로 축약해서 이어가는 소설인지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만일 2부가 나와서 그 다음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아마 우리의 IMF 상황처럼 밑바닥부터 기는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통독이 되던 1989 11 10.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는 30세의 모습은 어쩌면 작가 자신의 자화상 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들의 30세는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 화려한 날들의 청춘이여!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면장선거에서 즐겁게 읽었던 기억의 한 편이 더해지는 유쾌한 가을 날임에는 틀림없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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