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부터 그런 제목에 끌렸는지, 아니면 어디서 무슨 영감이 왔는지는 모르지만, 지리산에 관한 책을 좀 읽었고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지리산을 등산한 것이 한 오십여번 그래서 지금도 눈만 감으면 내가 다니던 구석구석 골짜기 능선과 바윗 덩어리 죽어 늘어진 주목나무 가지 하나까지 선연하게 기억과 함께 힘들었던 그 상황이 바로 손만 내밀면 움켜쥘 듯이 그득하다.
먼저 이문열의 변경에서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남북의 상처가 한 가정을 어떻게 찢어 발기는 지가 아주 옆집 아저씨가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주듯이 나긋 하게 펼쳐진다.
육이오 때 납북된(북으로 간) 얼굴도 잘 기억 나지 않는 아버지와 그렇고 그런 상황에서 사회의 이면으로만 딪고 살아온 명훈의 주먹으로 조직세계에 서 부터 사일구를 거쳐 오일육을 헤쳐온 빨갱이 집안으로서의 사회 적응하는 여러 가지의 대처하는 방법들이 사람이 얼마만큼 카멜리온처럼 변신을 거듭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상이 그려진다.
언젠가 명절 때 전주에 가서 화심온천이라는 곳에 목욕을 하러 간 적이있었는데, 옆에서 함께 목욕하던 그 용문신(?) 괜스레 경계하는 눈빛으로 은근히 무언의 압력을 넣던...ㅋㅋ 거들떠도 안보고 그냥 목욕하고 나중에 나도 한가슴(?) 하는지라 가슴에 힘한 번 줬더니 슬그머니 꽁지 빼던... 그 사람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뭔가가 석연치 않았던지 또 다른 해석을 구하고자 이병주의 지리산을 읽었을 때는 그 자세한 지명에 어쩜 이 작가는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지리산을 헤매고 다니셨겠구나 하고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니면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여서 (1921년생) 늙으막에 그럴 수는 없겠고, 자료수집을 열심히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해방 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이규와 박태영으로 부터 바라보는 시각으로 역사가 인간을 이렇게 바꿔놓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회가 베이기도 하고, 이념의 갈등으로 서로의 적이 된 사상에서 박제가 된 천재가 걸을 수 밖에 없는 정신의 공황이 결국은 정제되지 않은 공산당의 길과 결국 지리산에서의 몰리고 쫓기며 인간사냥의 역사책에 피철 되어버린 그림이 광대하면서도 사실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 읽은 책이 정충재의 지리산은 통곡한다 였는데, 1963년에 마지막으로 잡힌 ( 그때 내가 다섯 살인가?) 지리산 진짜배기 빨치산이야기가 너무도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지리산 부근에 살았기에, 이념의 기로에서 어느 한쪽 선택을 강요 당하는 상황에서 만일 전쟁이 조금 더 길어졌더라면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 그런 모습이 아닌가 하는 송골이 모연한 느낌에 사로 잡혀야 했다.
말로야 인민해방전선을 위해 활동한 여성 유격 대원이었지만, 그 파르티잔의 하는 일이란 결국 의식주의 해결을 위해 민폐를 인민의 이름으로 자행하던 그 활약상이 아니던가 하는 생각었다.
그리고 나서 이형우의 북부군과 남부군을 거쳐 조정래의 태백산맥으로 이어진다.
어렸을 적에 즐겨 먹던 고막의 고장 벌교를 무대로 작은 모닥불처럼 펼쳐지는 시대 사는 육이오 동란과 종전후의 지리산과 덕유산을 무대로 활동하던 바로 그 빨치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너무도 생생하게 한 형제의 이념갈등이 바로 우리 역사의 바로미터가 아닌가 하는 상황설정에서 빨치산을 이끄는 형 염상진과 주먹 패로서 성공한 동생 염상구 토벌대 대장과의 가족과 이념의 대치가 이 나라의 역사의 아픔을 함께 하는 비애와 눈물의 쓰라린 시간들이 아침 안개처럼 펼쳐져 있다.
조정래는 아리랑과 한강을 통해서도 역사 대하 소설을 마치 손가락 끝을 베어 맺힌 선홍색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 느낌 가득하다.
우리의 분단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송두율이가 그렇고, 국가보안법의 그늘에서 사상의 포로가 되어 개인 능력이나 개성이 날개를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지는....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 마져도 원천 봉쇄 되어버린 아쉬운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모든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우린 통일 되어야 한다.
예순 권도 넘는 책이라 친구들에게 다 읽으라고 권하기는 뭐하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이 가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양식을 준비하시라고 부탁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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