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 같은 기분을 느끼는 날들이 이어지나 봅니다.
역시 봄 날은 말 그대로 따뜻해야 좋은 듯 합니다.
마치 고양이가 창가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에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이는 그런 풍경이 어울리는 듯한 그런 날 말입니다.
지금 우리집 베란다에는 해마다 반복되는 것과 같이 새싹들의 아우성이 이어집니다.
그 레파토리는 해마다 다 달라지지만 말이지요.
언젠가는 처갓집에서 가져온 하늘고추를 씨를 모아 심었더니 그 모종이 수백개나 나와서 베란다가 온통 고추밭처럼 되어서 온 동네에 시집을 가고 여기저기 고추가 널려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릴리스 이야기도 있지요. 인공수정으로 교배를 시킨 씨를 심어서 온통 아마릴리스 밭을 만든 적도 있었지요.
그리고 작년 가을.
집에 들어오다가 반쯤 썩어서 버린 모과를 주와와서 칼로 쪼개고 그 씨만 모아서 작은 화분에 심어두고서는 잊어버렸는데, 글쎄 그게 봄이라고 잊지않고 잔뜩 마치 콩나물 시루처럼 올라와서 베란다를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란 사건이 금년입니다.
그래서 우리빈 베란다에는 이제 막 태어난 모과 밭으로 천지가 뒤 덮여 있답니다.
지난 번에 휴가온 아들이 그러더군요.
역시 배운 도둑질은 숨길 수가 없다고 하면서 농대 출신이 종묘 연구소나 운영 할 것이지 왜 자동차 연구소에는 있어가지고........그런데 자동차는 그 씨가 없어서 한번 심으면 잔뜩 열려 나오는 그런 자동차씨
말입니다. ㅋ
몇일 전.
예전에 한 번 이야기 드렸던 이혼한 친구 분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 회의 중이었는데, 끝나고 나서 통화를 하니, 그 동안의 생활고를 해결 하고자 미용실을 운영했다고 하더군요.
그랬는데, 갑자기 선임 미용사가 나가면서 다른 직원들도 함께 나가는 바람에 그 동안의 급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갑자기 필요해서 그런다고 500 정도만 빌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런 제안에 고민에 빠졌습니다.
옛 친구의 부인이긴 하지만, 그 친구와는 이혼을 한 상태고 그 이혼한 친구와는 아직 연락도 한 번 한 적도 없을 뿐더러 이런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지?
그래서 당장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는 못하지만, 나도 최대한 협조 하는 뜻으로 돈을 모아야 하니 다시 한번 통화를 하자고 하고 끊었습니다.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나도 속 상한 적이 많았습니다.
처갓집에서 오는 길목이라 푸성귀 따위를 가지고 오는 길에 좀더 챙겨서 가끔씩 들려서 나눠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었는데, 그 친구 자존심이 상했는지는 모르지만, 연락을 하지 않고 이사를 가버린 겁니다.
그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니 처음보는 여인네가 나와서 누굴찾느냐는 식으로........참으로 황당한 순간이었지요.
나눠 먹어 봤자 기껏 토마토, 오이, 쑥갓, 상치, 시금치, 배추나 무우 등등 처갓집 동네 비닐 하우스 단지에서 생산하던 것들이었으니까 금액으로 치자면 말 그대로 소소한 것이었겠지만, 어찌 그런 것을 돈으로만 환산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일부러 들려서 온다고 하던 내 입장을 아내에게 설명할 마무런 이유를 대지 못한 채 또 다른 친구 집에도 푸성귀 따위를 전해주는 발길을 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못 만난지가 세월이 흘러 6 ~ 7년이 흘러 갔지요.
그런데 전화가 오고 급하다는 돈이야기를 하고........얼마나 딱한 사정이면 그렇겠나 싶기도 하고, 하였튼 측은지심이 들기도하고 그래서 고민을 하던 차에 하루가 지나고 나서 해결이 되었다고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다시 봄비에 꽃은 피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또 열심히 공부해서 바로 성인이 되겠지요.
먼 후일 세월이 흐른다음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도있겠지만, 돈 보다 도 더 중요한 그 무었을 알아가는 그런 짧지만 고민이 많았던 긴 시간이었던 듯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따분 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