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목련이 지고있습니다

no pain no gain 2007. 6. 16. 22:14

백목련이 지고있습니다


오래 전 그러니까 5학년이나 6학년 쯤 되었을 때 식목일 날 즈음해서 우리는

커다란 목련나무를 옮겨 심은 적이 있습니다.

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화단에 나무가 쭉 심어진 운동장 가에

오백년이 넘었다는 학교의 명물 느티나무 못 가서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백목련을

옮겨 심은 기억이 납니다.

고향에 살 때만해도 가끔 지나치면서 울타리 밖으로 보이는 커져 만 가는 느티나무나

하얀 목련 꽃이 피어 탐스럽다 못해 휘황하게 보일 적도 있었지만,

그곳을 떠난 지 오래되어 지금쯤 그곳에 있다면 또 하나의 명물 나무가 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봄 맞이 행사 중 하나로 가족들과 함께 예전의 비원이라 불리던 창덕궁을

이때쯤해서 매번 다녔었지요.

비포장으로 된 흙 길을 조용하게 걸으면서 옛날 궁궐에서 있음 직한 사건들과

오백년 사직을 이끌어 오기위한 고난의 역사와 후원의 즐거웠을 만한 일들을 떠 올리면서

아이들 손잡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벗나무 꽃잎이 휘날리던 고궁의 뒤뜰을 걷는 호사스런

봄날의 추억이 있지요.


그곳에는 손대지 않고 자연 상태로 자라고 있는 수 많은 나무들과 수명이 다돼서

죽어 쓰러진 나무까지 한번에 느낄 수 있는 도심 속의 숲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오지요.


어느 곳에선가 백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옆에 후박나무 넓은 잎사귀 사이로

마치 능수버들 늘어지듯이 피어있던 능수벗나무가 무척 귀하고 아름답게 보이면서

갑자기 내 고향 학교 화단에 심었던 어릴 적 백목련이 떠 올랐어요.


아침 출근 길에 황사 걷힌 동 녁에 정말 쟁반보다 더 큰 해가 방싯거리며 떠 오르는 걸

보고 오늘도 화창한 봄날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한창 피어나던 백목련이 지고있어요.

바닥에 깔린 그 꽃잎 파리들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걸어왔지만,

우리 친구들 중에는 우아하게 피어있는 백목련 같은 친구들이 항상 가슴에 남아있지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바로 그 백목련을 닮은 사람은 아닐련지요.


날마다 좋은 하루 만들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