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중에서
" 불교 상징을 45° 기울이면 나치가 되는 법이라네. 다시 말해 종교가 조금 기울어지면 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종교 때문에 죽어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네. 예수와 붓다는 완벽한 사람이었다네. 그래서 그들이 왜곡되면 더욱 위험해지는 거야"
" 불가리아가 요구르트로 유명해지게 된 데는 생리의학부분 노벨상을 받은 매치니코프의 역할이 컸다. 그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첫째 부인을 결핵으로 잃고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재혼을 했지만 둘째 부인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의 불운한 삶은 매치니코프로 하여금 생명 연장의 꿈을 꾸게 했다. 매치니코프는 장수 비결을 연구하며 사람이 노화 하는 원인이 장 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숙변 물질이 뿜어내는 독소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렇게 불가리아와 코카서스 지방 사람들 사람처럼 유산균 발효를 꾸준히 마셔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그는 당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48세인 반면 불가리아인 평균 수명은 87 세라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때 한 발표가 불가리아가 요구르트로 유명한 나라가 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리아의 요구르트의 주원료인 불가리아 유산균은 인간의 생명은 연장시키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3개월 이상 살지 못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불가리아 유산균은 주로 고체 가루 형태로 수출됐고, 바로 이러한 점이 신선한 요구르트를 마시러면 직접 불가리아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차 안에서 프라하의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 굉장히 카푸카 적인 날씨군"
이 보다 2월의 프라하 날씨를 잘 표현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천재였지만 유달리 예민했던 프란치 카프카. 아버지의 위압에 억늘려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카푸카. 고독한 유태인이었던 카프카. 카푸카는 체코 말로 까마귀란 뜻이다. 까마귀가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듯 프라에 무 거운 안개가 모든 풍경을 순간순간 일그려뜨렸다. 회색 아파트, 회색 강물, 회색 옷을 입은 사람들, 회색 풀빛. 이 안개가 그치면 저 모든 것이 제 색을 찾을 수 있을까? 약간은 낭만적인 표정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미카엘 이 말했다.
"저건 엄청난 스모그라고. 그냥 안개가 아니야. 이런 날에 외부 공기를 오래 마시면 호흡곤란이 오고 말거야"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실제로 카프카는 폐병을 앓았다. 그러니 카푸카 적인 날씨라는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가.
"카푸카가 마셨던 공기를 마셔서 폐병이 걸린다면 난 그 폐병마저 사랑하며 죽을거야. 나는 기침을 하며 나의 오랜 친구인 카푸카를 기억하겠지"
"감옥? 그 따위 건 없어져야 해. 감옥은 그저 벌을 주기 위한 수단이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한 거라고. 감옥이 범죄자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 같아? 그들이 감옥에 앉아서 '아 내가 정말 잘못을 했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아? 아니, 절대 아닐걸. 그들은 한결같이 이번에 내가 어설펐구나라고 할 거야. 그리고 자신이 어디에서 실수를 저질렀는지 알아보려고 다른 죄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겠지. 재수들마다 각각의 전문 분야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죄수는 감옥을 나와서 조금 더 발전된 범죄를 저지르는 거야. 감옥은 그들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프로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중에서도. 정태현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