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짐.
no pain no gain
2023. 11. 3. 17:23
짐.
인생은 살면서 소유하는 짐이 하나씩. 하나씩은 늘어나게. 된다.
처음으로 내것이었던게 무엇이었을까?
크면서 애착이 가던 물건은?
크면서 내가 소유했던 딱지와 유리구슬. 쇠구슬과 직접 잘라서 만든 새총과 활 같은것.
접이식으로 된 주머니칼. 이것저것 깍고 다듬다 손도 다치고 했던 물건들.

다 어디로 갔을까?
결국. 인생이라는 여행길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짐가방을 들고 떠난다.
어디를 가던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은 꼭 있으니까.
그런데 그 짐속에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과 버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나뉘어 취사선택의 기로에 서면 아쉽지만 버려야 하는 결정을 하고. 과감하게 이별을 한다.
예전에 지나가는 나그네 들의 쉼터였던 여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돈 혹은 저당 잡아야할 그 무슨 사연 때문에 자신의 가장 소중하리라 생각되는 "짐"을 담보로 떠났던 사람들.
시계와 반지. 책과 주민등록증. 학생증. 카메라. 직업이 이발사였던 사람은 바리캉과 가위. 빗과 갈아쓰는 면도칼과 가죽 띄까지. 목수와 토수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과같이 여기던 공구와 장비를. 책가방과 갈아입을 외투와 가방속에 들어있던 모든것들. 가방속에는 속옷과 추억의 사진. 일기장등 그리고 심지어는 가죽구두를 벗어놓고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맨발로 절룩이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간 사람들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다. 대부분.
인생사 위기가 한번만 찾아오는 경우만 있는것은 아니지만, 성공했다고 해서라도 마지막으로 떠나야 할때 내가 가진 그 모든것들이 다 "짐"이 되는게 인생살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