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추석

no pain no gain 2022. 9. 22. 09:32
추석을 보내는 마음.
예전에는 아들손자며 며느리와 사위. 모두 어우러지는 한바탕 잔치마당이었다면. 지금은 노년의 부부 둘이서 오붓하게 먹고 자고 티비보고의 단촐한 일상.

이게 다 코로나 때문입니다.

그래도 시작은 시장보기와 음식준비로 바쁜 윤여사가 부지런히 움직여서 모든것들이 풍족합니다.

꽃게장을 담아서 그 알맹이만 빼낸 게장에 햅쌀로 밥을하고 쓱쓱 비벼먹으면. 아! 환상적인 밥도둑. 두 그릇은 기본인데.
두툼한 갈치구이로 한상 잘 차려내면 그 또한 일품입니다.
갈비에 안심을 곁들이면 부드럽고 살살 씹히는 식감이 언제 입에서 녹았는지 환상이지요.
새로담은 김치와 고구마 줄거리무침. 밭에서 따온 애호박나물과 지리산 고자리를 들깨가루에 볶아서 부추나물을 곁들여 볶븜 고추장에 쓱쓱 비벼서 들기름 몇방울 더하면 언제 씹었는지 삼켰는지를 모를 지경이지요.
순창에 여행가서 먹었던 애호박찌게보다 좀더 삼삼하게 내 입맞에 맞춰준 돼지고기 듬뿍들어간 애호박찌게와 시원하게 콩나물로 얼음 동동 띄워준 냉국은 참 입맛돌게 하지요.
딸래미가 보내준 보리굴비를 녹차물에 말아서 먹거나. 잡채와 어우러지는 남원 동동주 한잔이면 저 구름속에 산다는 신선도 부럽지 않을태세.
이것에 곁들여 햅쌀 뜸물로 끓여낸 누릉지와 숭눙 한그릇이 세상을 거슬러 어린시절로 되돌아가는 바로 그 마법이 아닐런지요.

바로 이런것들이 바로 노년의 행복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