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의 날개를 타다
봄 바람은 하얀 목련꽃잎 떨어진 느낌으로 시작되어 봄 여인 주름진 브라우스 옆으로 파고들어 허리를 한바퀴 휘돌아 나가면서 나에게 그 휩쓸린 향기를 품고 온다.
연분홍 진달래 치마같은 속삭임으로 뚝뚝 떨어져버린줄 알았던 청춘의 봄은. 머리풀고 휘느적이는 아카시아 향기가 잠못이루게 하는 짧아져가는 것 처럼 생각이 드는 봄밤까지에도 날 잠못들게하는 잡히지 않는 영원한 그리움의 유혹이다.
오늘 가야할 길은 강진 주작산과 덕룡산 암릉길의 8시간이고. 어둠 속에서 펼처진 실루엣으로 마치 금강산을 잘라서 덧댄 부채처럼 장엄하게 펼쳐지는 화초선에 화전을 마무리하듯 진달래를 덧칠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어둠 속에서 랜턴불빚에 의지하면서 흘러 내리던 땀을 식혀주던 고마운 바람은 구름 속에서 뜨는 줄 모르게 해가 솟아난 이후 가파른능선을 마치 외줄타기하듯 걸어가는 나그네에게 마치 영혼을 내러놓고 가기를 바라는 듯한 매섭고 사나운 심술궂은 할킴으로 발목을 부여잡는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아름다운 구름은 흩어지기 쉽다는데. 마치 천상의 화원을 지상으로 옮겨왔다면 이 정도의 아름답게 빼어난 그림을 그려넣지 않았을까?
지난 주에 남원에 들러 광한전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는 과연 그 끝이 어디인가를 생각케하던데. 산세만 높지않을 뿐이지 갖출만한 것은 모두 다 품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몸은 비록 힘들지만 그렇다고 누가 가라고 등떠민 것도 아닌 산행길에서 육신의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신의 충만함은 눈을 호강하고 골골마다 이어지던 깊은 산 맑은 공기를 벗하고 살아가는 그루져 피어있던 동백꽃잎에 떨어진 한방울 이슬처럼 낭랑한 음색의 휘파람새는 강진의 귀양길이 그래도 외롭지 않았을 다산의 문집이 왜 그리 풍요롭고 깊은 생각을 닮고 있는지 오늘 좌청용 우백호를 있댄 주작산과 덕룡산에서 그 지혜를 조금이나마 배워가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우리네 삶에서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많은 지혜를 배운다는데 그 많은 봉우리의 빼어난 산새를 주저앉아 수묵화로 표현한다면 더욱 깊은 질감이 채색되리라.
고고한 달 그림자가 운무에 휩싸여서 휘부연한 간접 조명속에 비쳐지던 그런 모습을 만일 음표로 표현한다면 강진환타지로 G선상의 아리아쯤을 악보를 수놓을 수 있을까?
내려서는 하산길이 올라오는 수많은 산행객들과 겹처지면서 좁디 좁은 그 길을 더욱 좁게 만든 것은 만족도를 떨어트렸지만 그래도 우리네 일행은 완성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화룡점정의 산행길이고 보니 넓으신 아량으로 비켜주면서 넉넉한 인심을 베풀고 간다. 이런게 극락세계의 칠보시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산 후 시원하게 흐르는 물에 탁족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좀더 여유로웠다면 길목을 지키고 않아서 내려오던 일행들을 막고. 술 한잔에 시 한수쯤 남기지 않으면 산행을 마치지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