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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이야기

no pain no gain 2010. 1. 28. 11:09

꽁치를 굽는다/ 이목연 / 청어 / 2009

 

10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하나하나 오래된 선사의 닫혀진 문을 열고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현실감이 가득하다.

알 수 없는 세상. 그 가장 깊은 곳은 인간의 마음이다. 사랑이라는 향이 타는 동안 당신은 행복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테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믿고 있나요?

 

행방불명 된 남편을 찾기 위해 위장 결혼으로 한국에 온 연변아줌마.

숱하게 감춰진 사연 속에 우리는 그 흔한 연변아줌마들을 일상 속에서 스치듯 만난다. 허드레 일을 하는 부류의 계층에서 그 어줍잖은 말투로 어눌함을 감춰보려 하지만, 같은 민족이면서도 뭔가 몸에서 풍기는 파장이 다른 연변 사람들을 우리는 어디까지 포용 해야 하는 걸까?

 

백두산을 정점으로 두만강과 압록강으로 경계 그어진 국경을 넘어 일제의 잔학상을 피해서 신천지를 찾아 떠났던 선조들의 후손일터인데, 해방 후 갈라진 남북으로 이념의 대립 속에서 아마도 가까운 북쪽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었지 는 않았을까?

남북전쟁에서는 고향 출신이라는 이유를 가지고 중공군의 길잡이 노릇도 한 사람도 있을 터이고 그래서 집에 훈장 한 두 개쯤은 걸어두고 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한국이 좀 살만한 나라가 되니까 한민족입네 하고 물처럼 흘러 들어 오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해서 배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살면서 어려웠던 시절을 거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만큼의 경제 발전을 이룩해 놓은 성과에 함께 그 과실을 따 먹으려면 그간의 헤어져 살았던 시간만큼의 공간이 필요 한 것은 아닐련지 생각해 봅니다.

 

말 더듬는 장애를 가진 현재의 남편. 어수룩하게도 동업하던 형에게 속고 가진 것 없어도 진한 애정으로 철석같이 마누라를 믿는 순진무구한 한국 남편과 처자식 벌어 먹여 살리겠다고 공사장에서 일하다 떨어져 척추를 다쳐 송장처럼 누워 대소변도 처리 못하는 엔벤 남편. 사이를 오가며 둘의 공통점이 구운 꽁치를 좋아한다는 갈림길에선 연변아줌마. 결론은 없다. 다만 흘러가는 인생만 있을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머무는 흐뭇한 미소와 잔잔하게 고동치던 작은 흥분은 이후에도 참 오랜 시간 손 끝에 피어나는 향기처럼 묻어 나올 것이다.